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되고 보건복지부 2차관이 신설되면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겁니까? 방역의 ‘손발’이 되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어나는 혼란은 그대로일 겁니다.”(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9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토론회가 끝날 무렵, 방청석에 있던 박홍준 회장이 “머리(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부터 손발(보건소)까지 어떻게 바뀌냐”는 질문을 던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진 가운데, 이날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감염병 전문가들이 첫 공개토론을 벌인 자리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호흡기내과)는 “지금은 보건소 방역관리 인력이 숫자도 적고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질본이 보건소와 같은 지방조직만 충분히 가지고 있었어도 쿠팡 물류센터 같은 소규모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려면, 지방정부가 지휘하는 방역의 ‘손발’이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국 보건소는 250여곳에 이른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시·도마다 ‘권역별 질병관리청’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감염병 위기대응 역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는 질병관리청 승격을 발표하면서 지자체 방역을 지원하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질병관리청의 ‘국’ 수준의 조직이 지방에 파견되는 센터 수준이 아니라 ‘지방청’이 필요하다”며 한발 더 나아가 보건소 업무 중 감염병, 만성병 관련 업무를 질병관리청 통제 아래 가져오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이에 비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권역별 질병관리청’ 신설에는 동의하면서도 “감염병 대응에 시·군·구의 행정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건소 내에 감염병 전담조직을 두고 질병관리청이 현장 대응을 총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연구조직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행정안전부가 질본 산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과 그 산하 연구조직인 감염병연구센터를 모두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 산하에 감염병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등을 연구하는 공중보건연구원(김윤 교수) 또는 질병정책연구원(이재갑 교수)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 축사를 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구기관을 다른 데로 옮기려고 한다든가, 인원과 예산을 오히려 줄이려는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질본의 ‘청’ 승격이라는 큰 방향만 명시돼있을 뿐, 연구기관 등 하위조직 문제는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 시행령으로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개편안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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