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온 왕성교회가 위치한 서울 관악구 보건소 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서 29일 한 의료진이 방문자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최근 소규모 종교 활동이나 동호회 등 각종 소모임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늘고 있다. 일상 활동을 하면서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따르는 생활방역 체계가 소모임에서는 특히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고위험 다중이용시설과 달리 행정력이 닿기 어렵지만, 모임을 엄격히 제한하면 국민 기본권 침해 문제가 생긴다는 게 딜레마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최근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를 역학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이날 낮 12시 기준 누적 28명)에선 본예배 전후의 소규모 모임과 교회 수련회, 찬양팀 마스크 착용 미흡이 집단 내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경기 안양시 주영광교회(22명)는 교회 안 식사가, 수원시 수원중앙침례교회(7명)는 교인 간 소규모 모임이 위험요인으로 파악됐다.
전날 광주·전남 지역에서 확진된 일가족 7명은 광주 사찰인 광륵사와 관련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방대본은 관련 확진자가 12명으로 늘었으며, 승려와 30∼40명 규모의 법회 또는 차담회에서 접촉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선 이웃 모임을 매개로 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자동차 동호회 모임 집단감염 역시 음식점, 주점 등에서 이루어진 소규모 실내 모임에서 발생했다.
광주·전남에서 잇단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29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 코로나19 전담대책본부 역학조사팀 직원들이 끼니를 생라면으로 때우며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소모임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인 지금으로선 제한 대상이 아니다.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진자 증가세가 유지돼 2단계로 전환돼야 실내 50명 이상, 실외 100명 이상 대면 모임이 금지된다. 대규모 유행이 번지는 3단계에 돌입하면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대유행을 꺾기 위한 이런 ‘모임 인원 제한’은 미국, 대만,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 등 최소 17곳 국가에서 시행했거나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우 지난 3월16일 ‘8주간 50명 이상 행사·축제 금지’를 권고했었고, 5월1일부터는 10명 이상 모임 자제로 수위를 올렸다가 감염 확산이 적은 주에선 50명 미만 모임을 허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처럼 거리두기 1단계를 유지하더라도, 집단감염이 특히 빈발하는 종교 소모임은 고강도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0명 이상 모임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처라 쉽게 내리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종교 소모임 등이 아예 제한되면 일부 고령층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사회생활이 단절돼 젊은층에게보다 더 큰 정서적 타격을 줄 우려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아무개(75)씨는 “석달 가까이 중단됐던 교회 예배가 재개됐지만, 고령층에게는 온라인 예배가 권유되고 있고 소모임도 중단돼 있어 우울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당장은 자발적 방역수칙 준수에 기대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소모임까지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종교단체 등 관련 단체나 기관과 협의해 소모임에서의 거리두기 방법을 스스로 찾고 지킬 수 있게 해야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가급적 비대면 활동을 권장하지만, 현장 활동을 해야 한다면 참여자 규모를 줄이고,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식사나 찬송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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