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입국한 시민들이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가 전세계에서 하루 20만명꼴로 확진자 수를 늘리며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각국의 강력한 봉쇄 조처가 완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전보다 강력한 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확산세가 특히 가파른 미국에서 올여름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한국 방역당국은 “등장하지도 않은 백신에 기대를 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4일 전세계 대부분 대륙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세인 가운데 중남미와 북미, 아시아가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7월5~11일) 신규 발생 환자는 중남미에서 전주(6월28일~7월4일)보다 44만4283명(31.9%)이 늘었고, 북미에선 38만2479명(27.4%), 아시아에선 26만260명(18.6%)이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 브라질, 인도의 신규 환자가 지난주 전세계 신규 환자 발생의 약 60%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7만1389명을 기록하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12일 플로리다주 한 곳의 신규 확진자 수(1만5300명)만 해도 전세계 4위 국가 규모라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봉쇄 완화 뒤 확산세가 더 커지자 미국의 16개 주는 경제개방을 연기하거나 철회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3일 “가까운 시일 안에 이전과 같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2주(6월28일~7월11일) 평균 31.7명으로 주춤해졌지만, 대신 외국인 확진자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앞서 국내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귀국 교민이나 한국인 유학생이 주된 국외 유입 사례였지만, 차츰 외국인 국적자의 비중이 늘기 시작해 6월 둘째 주부터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비중이 커졌다. 7월 둘째 주에는 전체 국외 유입 확진자 158명 가운데 외국인이 73.4%(116명)로 그 전주(58.5%)보다 1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날 0시 기준으로도 국외 유입 신규 확진자는 19명으로 국내 발생 14명보다 많았다. 이에 방역당국은 입국자 수 대비 확진자 수 비율이 높은 편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방역 강화 대상 국가로 지정해, 이곳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출발일 기준 48시간 안에 발급받은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확인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세계 코로나19 정점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통제가 쉽지 않은 국제적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이날 “미국 정부와 제휴한 제약회사들이 올여름 말까지 코로나19 백신을 활발하게 제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이 관료는 이날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백신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이 실제 생산·제조 단계에 이르려면 아마 4~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여름 끝자락까지 생산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료는 구체적인 제약업체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미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초고속(워프 스피드) 작전프로그램’ 참여 업체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노바백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준욱 부본부장은 “등장하지도 않은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알아갈수록, 방역수칙을 지키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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