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이어 인근 중앙상가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11일 오후 시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역학조사관 등 현장 대응인력의 89.5%가 울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분을 부른 주요 원인은 불공정한 업무배정, 욕설이 포함됐거나 감정적인 민원,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등이었다.
11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차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달 전인 6월 11일 발표했던 1차 조사에 이은 두번째 조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1∼29일 시행됐으며, 경기도 코로나19 담당 인력 621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평균 코로나19 관련 근무 기간은 147일(4.9개월)이다.
조사팀은 설문 참여자들에게 코로나19 치료·방역 일을 하면서 울분을 경험한 여부를 1∼5점(경험하지 않았다∼매우 자주 경험했다) 척도로 물었다. 조사 결과 평균은 2.92점이며,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69.7%를 차지했다. 참여자 중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으로 좁혀 살펴보면 울분 경험 인력은 89.5%에 이른다.
울분 원인으로 25.4%는 ‘낮은 연차 중심으로 근무 투입 등 불공정한 업무 분배’를 답했다. 사과 강요 등 무리한 민원 요구로 울분을 느꼈다고 한 비율도 19.6%나 됐다. 그밖에 비민주적인(독단적인) 의사결정(19.6%), 부당한 취급과 대우 12.7%, 모든 탓을 의료진이나 민원을 맡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돌리는 등의 책임 전가(4.6%) 등이 있었다.
조사팀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도 물었다. 그 결과 무리한 요구가 38.5%로 가장 많았으며, 무리한 요구의 예로는 ‘검사 대상자가 아닌데도 무료 검사를 요구’, ‘확진자 정보 공개 요구’, ‘식사가 맛이 없다’ 등이 있었다. 그밖에 응답자들은 감정적인 불만 표출(29.6%), 의료진 불신과 비협조(16.2%), 비용·절차 문의(12.7%), 외국인과 의사소통(3.1%)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치료·방역 인력의 업무 지속 의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1차 조사 때보다 하락한 점도 눈에 띈다. 업무 지속 의지를 1∼4점(전혀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다)로 물어보니,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의 평균은 2.95점으로 1차 3.16점보다 낮아졌다.
사태 장기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7가지에 대한 5점 척도(전혀 필요하지 않다∼매우 필요하다) 설문에서는, 보상 등 정부의 사후책무 강화(78.3%)와 감염병 대응 전담인력 양성(77.6%), 감염병 등 질병 관리에 대한 정부 투자 확대(77.5%)가 중요하게 꼽혔다. 가장 적게 꼽힌 것은 전국의 공공의료 시설 증가(66.5%)였으나, 이 역시 과반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조사팀은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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