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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3단계’ 열쇠 쥔 생활방역위 “당장 격상”―“신중해야” 팽팽

등록 2020-08-25 04:59수정 2020-08-25 08:11

전문가·시민사회대표 등 18명
방역지침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
정부가 오늘 의견 수렴할 예정

한겨레, 10명에 미리 물어보니
4명 “불 끄고 봐야” 6명 “추이 봐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24일 0시부터 서울시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됐다. 공공장소에서 바르게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사진을 모아 마스크를 쓴 채 웃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모자이크로 구성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24일 0시부터 서울시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됐다. 공공장소에서 바르게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사진을 모아 마스크를 쓴 채 웃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모자이크로 구성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25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생활방역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24일 <한겨레>가 생활방역위원 10명에게 ‘거리두기 3단계’로 당장 격상하는 방안에 대해 미리 물었더니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위원 18명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위원 3명을 제외한 위원 15명을 접촉했고, 10명에게 답을 들었다. 생활방역위원회는 일상의 방역지침을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다. 이날 발표된 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3단계 격상 찬성 의견이 55.9%로 반대(40.1%)보다 많았다.

24일 <한겨레>가 접촉한 생활방역위원 10명 가운데 4명은 “당장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확진자 규모 등을 볼 때 시간과의 싸움인데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좋다”며 “진정되면 2단계로 내리면서 완급 조절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 역시 “며칠 상황을 본 뒤에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불타는 걸 봐서 번지면 들어가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인데 일단 불을 끄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이라도 먼저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귀옥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그동안 방역이 잘됐기 때문에 국민들이 ‘앞으로도 잘되겠지’ 생각하며 위험 인식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느슨해진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일단 지금 수도권이라도 격상해서 2주가량 (확진자 규모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생활방역위원 6명은 당장 격상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예방의학과)는 “무조건 단계만 올린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므로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2단계 방역지침과 전국적인 마스크 의무화, 비대면 예배 등부터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2단계로 올린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중환자 병상 상황 등을 며칠 더 지켜본 뒤에 결정해도 될 것 같다”며 “최근 다시 환자가 늘어나는 미국, 유럽에서도 초반처럼 봉쇄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생활방역위원들도 있었다. 3단계에서는 학원, 카페, 목욕탕 등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방역이 최선의 경제정책이라고는 하지만, 3단계 격상은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경제활동에 치명적”이라며 “하루빨리 격상하는 것이 방역 효과 측면에서 최선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역시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안할 때 공공부문 재택근무 전환 등 사회적 피해가 덜하면서 방역을 강화할 수 있는 조처부터 먼저 시행한 뒤에 3단계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생활방역위원은 “추이가 꺾일 가능성도 있어 보여 이번 주말까지 지켜본 뒤에 경각심을 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2.5단계 정도를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리얼미터는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거리두기 3단계’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55.9%가 ‘감염 확산 조기 차단을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40.1%는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감염병 관련 10개 학회와 보건의료노조는 각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대한감염학회 등은 성명에서 “정부가 제시한 3단계 기준은 이미 충족했다. 몇달 동안 2차 유행을 대비하는 논의가 진행됐는데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생활방역위원회를 넘어서 더 폭넓은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정부가 1년 동안 방역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만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정도의 방역 수준, 거리두기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국민 의견을 모으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박준용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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