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25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들의 상태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살피고 있다.
중환자 전문의들로 구성된 대한중환자의학회가 25일 보도자료를 내어 “앞으로 하루 평균 300~400명 이상의 중환자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 ‘코로나19 중환자를 진료하는 안정된 체계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최근 급증하는 신규 확진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60살 이상 고령자 중에 다수가 중증으로 진행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숨질 위험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체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12일째 일일 신규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기록 중이고, 산소마스크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중증 환자도 3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25일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교수(중환자·외상외과)는 “오늘 기준으로 학회가 파악하고 있는 ‘당장 코로나 중환자가 입원가능한’ 수도권 지역 중환자 병상은 7개”라고 말했다. 학회는 병상이 부족했던 2~3월 대구·경북 유행 이후로 회원들이 일하는 전국 52개 병원의 중환자 병상 실태를 매일 파악하고 있다. 7개라는 숫자는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밝힌 56개와는 차이가 크다. 중수본은 병원 쪽이 집계 시스템에 입력한 단순 병상 숫자를 집계하지만, 중환자의학회는 의사·간호사 인력까지 감안해 당장 입원가능한 병상만을 세는 탓이다. 중수본 집계가 최대치라면, 학회 집계는 최소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학회는 보도자료에서 “대구·경북 지역 유행 이후에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환자 병상 파악 및 확보, 환자의 중증도 선별, 중환자 이송을 포함한 중환자 진료체계 구축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병상 파악은 실제 진료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하는 중환자 병상 숫자만으로는 일주일 안에 병상이 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학회는 “대구·경북 유행 때 하루 평균 중환자 수가 약 60명이었는데, 수도권 지역 인구가 대구·경북보다 약 5배 많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하루 평균 300~400명 이상의 중환자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중환자가 크게 늘어날 때를 대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학회는 “단순히 병상의 숫자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감염병 전담병원에 시설과 장비를 설치해 중환자 병상을 새로 만들고 외부 의료진을 보내서 중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병상 가운데 코로나19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가용 병상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는 비코로나19 중환자들도 많아서, 병상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회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중환자 전문 의료진과의 정책 논의 창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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