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 북상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바람마당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천막 기둥에 모래주머니가 달려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6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만에 다시 300명을 넘겼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광복절 집회를 고리로 추가 확진자가 속출했고, 교회·식당·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잇달아 추가 집단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신규 확진자가 320명이라고 밝혔다. 이달 14일 이후 13일째 세 자릿수 신규 확진자다. 확산세는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파르다. 특히 이날 인천에선 서구 ‘주님의 교회’에서만 25명이 무더기로 확진되는 등, 하루 동안 6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 교회에선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자가 예배를 본 뒤 지난 23일 확진 판정을 받아 신도와 가족 등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육류가공공장에서도 직원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와 지난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한 것이 감염경로로 추측된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 병원 인공신장센터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지역 곳곳에서도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에선 지난 24일 간부회의에 참석한 김해시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확진 판정을 받아, 시청사와 별관, 의회 건물 청사를 모두 폐쇄했다. 이 확진자는 부인·지인 등 네 가족이 함께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전남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고 이후 이날까지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 부산진구 목욕탕에서는 이날 6명 추가 확진됐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선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확진자가 발생해 일부 공간을 긴급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했다. 정부 관광홍보관인 청와대 사랑채에선 안내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하던 사진기자 1명이 지난 22일 확진자와 함께 식사한 것이 드러나 당 지도부가 초유의 ‘전원 자가격리’에 돌입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도 18%를 넘겼다. 방역당국은 이번주 유행세가 꺾이지 않는 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도 있다며 사람 사이 접촉을 최소화하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현재 유행세를 이번주에 꺾지 못하고 3단계로 간다면 그로 인한 피해가 굉장히 막심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모두 함께 확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19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수도권에선 주말 새 휴대전화 이동량이 직전 주에 비해 20%가량 감소했지만, 이는 지난 2월 대구·경북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때(최대 40% 이동량 감소)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한편, 방대본은 최근 확산한 사랑제일교회,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발 코로나19 바이러스 형태가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때와 같은 ‘지에이치(GH) 그룹’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에스(S), 브이(V), 엘(L), 지에이치 등 7가지로 분류하는데 현재 북미·유럽·중동에선 지에이치 그룹이 유행하고 있다. 지에이치 그룹은 전파력이 에스나 브이 그룹보다 6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발생의 경우, 4월까지는 에스와 브이 그룹이 다수였으나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을 기점으로 지에이치 그룹이 퍼져나가고 있다.
김미나 박준용 이지혜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