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직원과 가족 등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9일 울산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현대중 직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울산/연합뉴스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일부 보수단체가 다음달 3일 개천절 대규모 집회 강행 뜻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공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째 100명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수도권 확진자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13일까지로 예고된 수도권의 준3단계 거리두기를 추가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 총리는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일부 단체가 추석 연휴 기간 중인 개천절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주저 없이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지자체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법원에도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보수단체의 8·15 서울 광화문 집회 여파로 ‘2차 대유행’을 우려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전국에 재확산했고, 경찰이 10명 이상 규모의 개천절 집회 70건을 모두 금지 통고했는데도 이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하자 ‘원칙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156명으로, 일주일째 100명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숨은 환자’를 통한 조용한 전파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 등 관련자가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전국 곳곳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엔(n)차 감염’이 산재한 탓으로 풀이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3월과 달리, 지난 수개월 동안 누적된 경증·무증상 감염자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중소 규모의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다 검사를 받지 않은 데서 오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 규모가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추석 연휴 대규모 이동과 개천절 집회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면 코로나19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중대본은 “5일간만 더 집중해 거리두기에 힘쓴다면 확연하게 안정된 상태로 코로나19를 통제해 (준3단계 거리두기의) 추가적인 연장은 필요 없다고 본다”며 “이번주 내로 수도권 거리두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규 확진자 감소 추세가 이번주 내내 이어진다면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독감과 코로나19가 중복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국외에서는 일부 중복감염 사례가 발생했으나, 중복감염이 되면 증상이 더 나빠지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중복 감염됐을 때 조금 더 치명적인 효과를 나타내는지, 임상이 악화되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많이 밝혀진 바가 없어 조금 더 추이를 봐야 한다”며 “임상 전문가들과 남반구 등 독감이 유행한 국가 자료를 살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박다해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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