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비통제구역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 8일부터 여의도·뚝섬·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 내 일부 밀집지역에 시민 출입을 통제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수집된 혈청 1440건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해 재감염을 막는 ‘중화항체’는 1건에서만 발견됐다. 10% 안팎을 넘나드는 외국에 견주면 크게 낮은 수준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시행으로 집단감염이 광범위하게 발생하지는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6월10일부터 8월13일까지 전국 13개 시·도에서 수집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 1440건 가운데 서울에서 채취된 검체 1건만 항체와 중화항체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조사가 이뤄진 시기 국내 코로나19 항체·중화항체 보유율이 0.07%에 그쳤다는 얘기다. 통상 감염병에 걸리면 몸속에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해당 바이러스에 대응력이 있는 항체를 중화항체라고 한다.
이는 방역당국이 앞서 실시한 두차례 항체보유율 조사와 큰 차이가 없는 결과다. 서울 서남권 의료기관 내원환자한테 5월25~28일 수집한 혈청 1500건을 조사했을 때도, 중화항체가 확인된 건 단 1건이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활용한 첫 조사 때(4월21일~6월16일, 1555건)는 항체와 중화항체가 단 1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표본에 대구 지역 혈청이 포함되지 않아서라는 추정도 나왔지만, 이번 조사에 포함된 이 지역 표본 145건(10.1%)에선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중화항체가 좀체 발견되지 않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처로 바이러스 전파가 상당히 억제돼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항체) 양성률이 높지 않은 것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지역감염이 광범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우한은 3.2%, 미국 뉴욕주 14.9%, 영국 런던과 주변 지역 17%, 스페인 전 지역 2~10%, 스웨덴 스톡홀름 7.3% 등의 항체 보유율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항체보유율은 ‘숨은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약 1500건의 혈청 조사 결과로 무증상 감염률을 일반화하기에는 (표본이 적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비중이 20%를 훌쩍 넘는 데 비해 이 숨은 감염자의 비중이 적은 것을 두고는 “(확진자가 늘어난) 8월 이후 유행을 볼 수 있는 시기의 검체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실제 숨은 환자 규모를 알기 위해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을 활용한 검사를 계속하는 등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집단발생 지역인 대구·경산 지역 3300명, 입소 장정 1만명, 지역 대표 표본집단 1만명 등도 조사한다.
항체보유율이 낮다는 것은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60% 정도가 항체를 가져야 백신 없이도 감염병 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 집단면역 상태에 이른다고 보는데, 이번 조사 결과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집단면역은 한국이 채택할 수 없는 방역 전략이란 점이 재확인됐다”며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유행 상황을 잘 통제해나가며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