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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1단계까진 갈길 먼데 곧 추석·동절기…“장기전 전략 짜야”

등록 2020-09-15 17:50수정 2020-09-16 02:43

13일째 100명대 ‘더딘 감소세’

50여 집단서 감염 산발적 발생
감염경로 모르는 환자도 25%
좀처럼 두자릿수로 줄지 않아
‘2월 신천지발’ 때와 다른 양상
정체기 길어지면 피해 눈덩이
“대응 세분화해 부작용 줄여야”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 코로나19 역학조사용 수기 출입자 명부가 놓여 있다. 이 카페에선 손님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명부를 낱장으로 만들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 코로나19 역학조사용 수기 출입자 명부가 놓여 있다. 이 카페에선 손님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명부를 낱장으로 만들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3일째 ‘100명대’에 묶인 채 좀처럼 두자릿수로 낮아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확산세가 한풀 꺾인 건 분명하지만, 감소세가 빠르지는 않다. 이달 말 추석 연휴를 지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유리한 동절기로 진입하며 전에 겪어보지 못한 ‘장기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을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 조정과 고위험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100명을 넘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사랑제일교회와 8·15 도심 집회 관련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던 지난달 27일 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천천히 감소하고 있다.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6명이다. 국내 지역감염은 91명으로 사흘 연속(99명→98명) 100명을 밑돌며 조금씩 줄었지만, 거리두기 1단계 기준(50명)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감소세는 틀림없지만 속도는 생각보다 느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2월29일(909명) 하루 최대 확진자를 기록한 뒤 보름 만에(3월15일, 76명) 두자릿수로 안정화됐던 대구 신천지예수교회발 유행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집단감염 ‘진앙지’가 한두개에 불과하고, 관련자들을 특정하기 쉬워 격리 조처와 검사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졌던 당시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발생한 집단감염이 50개가 넘는 등, 전국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중도 커져 25%까지 치솟았다.

환자 발생 규모가 여기서 더 줄지 않거나, 확산세로 재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거리두기를 (준3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는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 이유가 없다. 어느 집단으론가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다시 환자가 확 많아지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연휴, 뒤이어 바이러스 전파력이 커지는 동절기가 본격화한다는 점도 코로나19 통제에 불리한 조건이다.

문제는 지금의 정체기가 장기화되거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경우,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산업 분야는 물론, 소상공인 등의 피해도 커진다.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업종의 사업주들은 이미 ‘한계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전날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정부에 방역 조언을 하고 있는 생활방역위원회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지금의 3단계 거리두기는 하루 100∼200명 환자 발생 상황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위가 적용되게끔 설계됐다”며 “그러나 막상 시행해보니 환자 감소 속도에 견줘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고 △전체적인 방역 강화보다 집단감염이 계속 생기는 방문판매업체 등에 적극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으로 ‘정밀 방역’을 실시하는 한편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천명이 넘을 땐 이동중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환자 수를 극적으로 줄일 수 없다면 ‘피해 최소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석 교수는 “고강도 거리두기를 사회가 긴 시간 계속해서 감내할 수는 없으니, 적정 수준을 유지하되 60살 이상 고령자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만들어 중증·위중 환자를 줄이고 의료체계 부하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이나 의료진 등 일선 방역인력들한테 누적된 피로를 줄이고 재정비할 기회도 필요하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복지부와 증원 인력 협의를 마치고 중환자실 1년 이상 또는 종합병원 3년 이상 경력의 경력직 간호사 73명, 간호조무사 5명을 긴급 채용하기로 했다. 이창준 중앙사고수습본부 환자관리병상반장은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64개에서 9월 중 100개로 늘리고, 수도권에서만 하고 있는 권역별 병상 공동운용체계를 전국 각 권역에서 확대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권지담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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