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능이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자, 방역당국은 당장 국내 치료 지침을 바꿀 필요는 없고 전문가 검토를 마칠 때까지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보건기구가 입원 환자 1만2666명에게 3~10월 진행한 다국적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치명률을 낮추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최근 보도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의 연구 결과와 관련해, “피어 리뷰, 즉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친 뒤 상황을 봐야 한다”며 “아직 국내 치료지침 등을 변경하거나 개선할 여지 또는 필요는 현 단계에서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긴급하게 열린 중앙임상위원회 전문가 논의에서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많은 국가(30개국)가 참여한 가운데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연구 설계대로 정교하게 진행됐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로,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로 꼽힌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투약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렘데시비르가 중증환자의 회복 기간을 15일에서 10일로 단축한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가 나온 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특례 수입을 허가했다. 16일 오후 4시까지 산소치료가 필요한 618명에게 투여됐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부작용은 간 기능 수치 상승, 발진, 두드러기 등 11건이 있다. 권 부본부장은 이날 “국산 치료제는 연내, 국산 백신은 내년 안에 허가를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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