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개인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올해 3~7월에 인플루엔자(독감)를 포함한 호흡기감염 환자가 한해 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자는 증가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 의료이용행태 변화와 분석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화된 올해 3∼7월까지 진료분(8·9월 지급분 포함)을 취합해, 최근 4년간(2016∼2019년)의 통계와 비교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올해 감기와 독감, 폐렴 등 호흡기 감염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803만명으로 1년 전(1670만명)에 견줘 51.9% 감소했다. 질환별로 보면, 독감 환자 감소폭은 98%로 가장 많이 줄었고 기타 급성 하기도감염(58.7%), 폐렴(61.7%), 급성 상기도감염(감기)(50.4%) 등의 차례였다. 호흡기 감염 외 세균성 장감염 질환 등 소화기 장감염 질환자도 올해 167만 명으로 지난해(243만명)보다 31.3%, 중이 및 유돌질환자 수(64만명)도 48.6% 줄었다. 건보공단은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뿐 아니라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로 건강한 일상을 지켜주고 있으며, 올바른 손 씻기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소화기 감염병과 중이염·결막염 발생을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올해 손상 환자도 647만명으로 지난해(740만명)와 비교해 12.6%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초·중·고 학생 시기인 7∼18살이 전체 연령 가운데 가장 큰폭(43.1%)으로 줄었다. 이어 0∼6살은 13.8%, 45∼64살은 7.7%, 19∼44살은 7%, 65살 이상은 4.2% 감소했다. 건보공단은 “온라인 수업 등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질환 특성상 코로나19나 거리두기 방역 조치와는 연관이 없지만, 중증·만성질환 신규 환자는 최근 4년간 평균치에 견주면 감소세를 보였다. 암 환자는 올해 107만명으로 1년 전(105만명)보다는 1.6% 늘었지만, 2016∼2019년 가중평균 증감률 비교하면 3.6% 줄었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지난해보다는 3.2%, 4.1% 각각 증가했지만, 4년 평균 증감률과 견주면 0.2%, 2.4%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보공단은 “중증질환과 만성질환 환자 수가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과거 자연증가 수준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신규 발생 환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짚었다. 실제 올해 1∼7월 고혈압 신규 환자(37만명)와 당뇨병 신규 환자(34만명)는 1년 전보다 2.9%, 5.7% 각각 줄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일부 정신 질환자는 늘었다. 우울증 등 기분장애 환자는 올해 71만명으로 1년 전(66만명)에 견줘 7.1% 증가했다. 연령별로 19∼44살 여성이 21.7%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같은 연령의 남성(11.2%)보다 2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신경증성·스트레스-연관 및 신체형 장애도 68만명으로 1년 전 67만명보다 3.5% 늘었다.
건보공단은 “많은 국민, 특히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연령층을 위한 우울증 관련 상담 등 확대 운영 검토가 필요하다”며 “각 의료이용의 변화추이와 이에 따른 특성 파악과 문제점을 도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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