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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국시 재응시 불공정” vs “의료공백 심각”…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 2020-11-10 04:59수정 2020-11-10 14:48

[의대생 국시 재응시 찬반 논란]

국민들, 생명 볼모 집단행동에 싸늘
청와대 청원서 “구제 반대” 57만명
정 총리·복지부 ‘의료인 수급’ 거론
미묘한 입장변화 속 물밑협상 관측
한해 인턴 줄면 의사공급 수년 꼬여
구제 땐 “집단휴진 않겠단 확약 받길”
한차례 연기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시작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월7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별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차례 연기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시작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월7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별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줄 것인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앞서 정부는 두차례나 시험 접수일을 연장해줬으나, 2700여명의 의대생들이 응시하지 않았다. 응시 대상자 3172명 가운데 446명만 실기시험에 접수한 것이다. 예년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 실기시험을 보고 내년 초에 필기시험을 치른 뒤 의사면허를 획득하게 된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신규 의사가 적게 배출됨에 따라 생기게 될 의료인력 공백을 고려해 재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집단휴진 뒤 부여했던 재접수 기회까지 걷어찬 의대생들에게 구제 방안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최근 가동되기 시작한 의-정 협의체도 의대생 재응시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렇다 할 뾰족수를 내놓지 못한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다른 시험과의 형평성 무시? 국민 여론 싸늘한데…

그동안 정부는 ‘국민적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원칙을 앞세워왔다. 실제로 ‘의대생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7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국민 여론은 싸늘한 상황이다. 대학원생 김아무개(25)씨는 “(의사) 파업 당시 (의대생들이) 정부 정책이 불공정하다며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미 놓친 시험을 다시 보게 해달라고 하는 건 모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험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도 섣부르게 구제 방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국민 여론을 고려해 보건복지부가 원칙을 지키는 게 맞다”며 “그래야 다시는 환자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집단적인 진료거부를 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대해, “국민의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답변을 피해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여론이 팽배한데도 최근 정부·여당 내에선 입장을 선회할 수도 있다는 기류가 감지됐다. 지난 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고 말한 데 이어, 5일에는 복지부 고위 관료가 기자들을 만나 “정책적으로는 의료인 수급이나, 응급실 필수 의료 문제 등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건당국으로서는 고민이 있다”고 언급했다.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도 이전까지는 의사 국시 재응시 문제 해결 요구와 의-정 협의체 대응을 분리하는 쪽으로 최근 가닥을 잡으면서, 정부·여당과 물밑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재응시 기회 안 주면 향후 몇년간 의료진 수급 심각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하기 어려운 것은 일선 의료 현장의 의료 공백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국 220여곳 대형병원들은 매년 3월 초 약 3천명의 인턴을 채용한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 응시자 14% 중 합격자인 약 400명만 인턴을 지원하게 된다. 그 결과 내후년에는 레지던트 1년차가 부족해지고, 인턴 지원자는 올해 미응시자들을 포함해 2배가 되는 등 수년간 수급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잇게 된다. 인턴·레지던트들이 병원 내 응급실이나 수술실 등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적지 않다. ‘전공의법’에 따라 1주에 최대 88시간까지 ‘수련’이란 이름으로 일을 시킬 수 있지만, 급여는 전문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한 의대 4학년생은 “국시 거부 때는 전공의 인력 활용을 선호하는 대형병원장들이 정부를 압박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결국 재응시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상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의사 양성 체계가 ‘의사 국시 통한 면허 취득→대형병원에서 전공의(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수련→전문의 취득 뒤 추가 수련, 취업 또는 개원’이라는 수순으로 짜여 있는 상황에서,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구제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적게 배출되면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몰려 필수·지역 의료는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병역 의무 대신 3년 동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취약지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도 예년보다 380~400명 적게 투입될 전망이다. 올해 한의사와 치과의를 뺀 공중보건의는 전국 1908명이었다.

정부는 일단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입원환자의 초기 진찰과 경과 관찰, 상담, 퇴원계획 수립 등을 수행하는 전문의를 두면, 별도로 건강보험 수가를 책정해주는 제도다. 다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의료계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고 있지만, 인건비 차이가 커서 당장 부족해질 인력 공백 문제가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 일부에선 재발방지 약속을 전제로 절충안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의대 국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8∼9월 집단휴진과 떼어놓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다시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휴진을 하지 않겠다는 의협의 약속이 있거나, 응급·중환자실에서는 집단휴진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을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요 대학 병원장들은 의대생 국시 재응시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정작 의대생들은 사과한 적이 없다. 대신 의대생들은 지난달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필기시험에는 응시원서를 접수하면서, 응시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쪽은 일단 올해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시원 관계자는 “2700여명이 시험을 볼 때 소요되는 일정과 재응시 절차 안내 및 진행 등 실무적 준비 시간을 감안하면 연내 재응시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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