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우려에 벌써 “2단계 격상을”…방역 완급 조절하려던 정부 ‘난감’

전문가들 “거리두기 강화” “신중” 의견

“타깃 방역 할 수 있는 상황 아냐
거리두기 강화없인 확산 못막아”
“1.5단계 방역 효과 걱정은 되지만
경제 피해 제쳐두고 판단 어려워”

18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학부모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에서는 전남대학교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확진자의 가족이 다니는 각급 학교 7곳에서 전수 검사와 전교생 대기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전국적 유행을 막으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제적으로 2단계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기·광주에서 19일부터 1.5단계가 시행될 예정인데, 이를 거치지 말고 2단계로 직행하자는 것이다. 이달 초 마련된 새 거리두기 체계에 따라 환자 발생 수와 병상 현황을 고려하며 방역 완급을 조절하려던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학교·학원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남 하동군은 18일 거리두기를 2단계 수준으로 올렸다.

2단계 격상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과거 유행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최근의 전파 양상이 있다. 최근에는 특정 시설이나 집단이 아니라 가족·지인 모임, 체육시설, 사우나, 가을 산악회, 직장 등 일상적 공간으로 코로나19가 파고들며 방역당국이 검사·추적 역량을 집중할 대형 집단감염이 뚜렷하지가 않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타깃(목표) 방역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서는 환자 증가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도 “방역 강화를 머뭇거리다가 전국적 유행으로 확산하면 향후 자영업자 등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한 새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단계를 올릴 때는 선제적이고 신속하게, 내릴 때는 완만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1.5단계를 아직 본격 시행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1.5단계 수준 방역으로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회·경제적 피해를 제쳐두고 방역만 고려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코로나19가 고령자층과 요양시설 등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집중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신속히 2단계 격상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도 “단계 격상으로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바로 격상을 하기보다, 밀집도를 낮추기 어려운 식당에 투명 칸막이를 보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중이용시설과 사람들의 자발적 방역 강화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고령자 등 고위험군으로의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강조하는 것은, 고령자 확진자 규모가 늘어나면 의료체계 부하가 더 빠르게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수도권은 2주, 비수도권은 4주를 주기로 연말까지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 또 ‘조용한 전파’를 통해 발생하는 청장년층 환자를 줄이기 위해 최근 선별진료소 검사 대상 기준을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 등에서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로 대폭 완화했다.

다만 2단계 격상은 ‘아직’이라는 입장이다.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적 하루 신규 확진자 300명 초과 1주간 지속, 1.5단계 격상 기준(수도권 하루 100명, 다른 권역 30명, 강원·제주 10명)의 2배 이상 확진자 발생 지속, 2개 이상 권역에서 1.5단계 수준의 유행 1주 이상 지속 중 한가지가 충족되면 2단계 격상을 검토한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2단계에서는 밤 9시 이후 식당 영업이 금지되고, 노래방이나 실내체육시설 등 많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이 중단되는 등 강력한 조처가 이뤄지는 만큼 최대한 2단계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최상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