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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닷새만에 2단계 고삐…소규모 n차감염, 1·2차 유행보다 더 위험

등록 2020-11-22 20:38수정 2020-11-23 02:43

확산세 왜 심각한가
“이번주 400명, 내달초 600명”
감염재생산지수 1.6까지 상승
2주동안 집단감염 62건 발생
새 확진자 절반이 방역망밖
1학년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2일 오전 고3 학생들이 1·2학년과 교직원에 앞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은 앞서 확진된 광주교도소 직원의 자녀다. 정부는 이날 호남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4일부터 1.5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광주/연합뉴스
1학년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2일 오전 고3 학생들이 1·2학년과 교직원에 앞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은 앞서 확진된 광주교도소 직원의 자녀다. 정부는 이날 호남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4일부터 1.5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광주/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시행 사흘 만에 2단계 격상을 예고한 것은, 급격히 가팔라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단시일 안에 꺾일 기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확산세가 ‘엔(n)차 전파’를 일으키며 전국 곳곳을 파고들고 있고, 지난 1∼2차 유행 때와 달리 소규모 식사·술자리 등 일상 속 모임들이 계속되며 전파 고리가 끊기지 않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거리두기 2단계를 넘어서는 추가 대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22일 “상황의 심각성, 거리두기 상향 조정에 필요한 준비 시간, 열흘 정도 남은 수능을 고려해 한시라도 빨리 감염 확산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도권과 호남권의 거리두기를 24일부터 새달 7일까지 2단계와 1.5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 순천, 광양, 여수, 목포, 무안군 삼향읍 등 일부 지역은 이미 1.5단계로 격상 조처했고, 전북은 23일부터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지만, 이날 중대본 결정에 따라 24일부터 전체 호남권역에서 1.5단계가 시행된다.

이번 확산세가 심각한 것은 방역당국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을 인용해 조심스레 전망치를 전했던 이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직접 환자 증가 전망치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추세대로면 다음주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0명, 내달 초에는 600명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대본이 이날 내놓은 최근 방역관리 상황을 보면, 수도권의 한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지난 한주(15∼21일) 175.1명으로 그 전주 83명의 2배 이상이었다. 정부는 24일에는 수도권 신규 확진자 추이가 2단계 격상 요건(1주일간 일평균 200명)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권의 경우 같은 기간 일평균 27.4명씩 환자가 발생해 1.5단계 격상 기준에 거의 도달했다.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새달 3일 수능 시험 전까지 이런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중대본은 “어제(21일)부터 긴급하게 실시한 협의 과정에서 전체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생활방역위원회 모두 격상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이 특히 우려스러운 까닭은, 지난 2~3월의 1차 유행, 지난 8월의 2차 유행 때와 달리 주요 전파 고리가 각종 소규모 가족·지인 모임이라는 점 때문이다.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이는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잘 이뤄지지 않아 무증상·경증 환자를 통한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기 좋다. 이날 낮 12시까지 전국 11개 시·도에서 76명이 확진된 서울 노량진 임용단기학원 관련 집단감염도 앞서 발생한 인천 남동구 가족·지인 모임 집단감염에서 촉발됐다. 이를 포함해 최근 2주간 발생한 집단감염 수는 62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역학조사와 추적 역량이 한계에 부딪혔고, 방역망 안 관리 비율(신규 확진자 가운데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되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주 46.9%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박능후 1차장은 이날 “이번 세번째 유행은 생활 속의 다양한 감염경로가 주된 원인이며 선제 조처를 할 중심집단이 없어 앞선 1차, 2차 유행보다 더 위험하다”며 “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추가 감염시키는 사람 수)도 빠르게 상승해 직전 주 1.1 내외에서 지난주 1.6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식당은 밤 9시 이후, 카페는 영업시간 내내 포장·배달만 허용되는 만큼 소모임들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경각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수도권에 사는 한 30대 직장인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음식점이나 술집이 문을 닫으면 집이나 호텔에서 연말 파티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각종 모임이 이어지면 2단계 거리두기 2주 시행에서 끝나지 못하고, 연말에는 3단계 격상에 이를 수 있다”며 “2단계 중에도 3단계에서의 10인 이상 모임·행사 금지와 같은 더 높은 단계의 조처를 일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박준용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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