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2단계로 격상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 명동역점이 1층만 불을 켜둔 채 영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4일 코로나19 유행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수도권에서 시작되면서, 1단계 완화 뒤 한달여 만에 다시 일상활동과 경제활동이 크게 제약됐다. 앞서 정부는 개편된 거리두기 체계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운영 금지를 최소화하고 운영시간·인원을 제한하는 ‘정밀방역’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다양한 업태가 섞인 복합시설 등에서 혼선이 불가피했다. 전날 서울시가 단계 격상을 하루 앞두고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운행 단축과 어린이집 휴원 등의 조처를 발표하면서, 미처 채비를 하지 못한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자체 보건당국도 제대로 파악 못한 시설 기준
이날 시행된 2단계 거리두기는 2차 유행(8~9월) 당시 시행된 2단계와 준3단계(2.5단계) 수준의 시설별 조처들이 섞여 있다. 큰 틀에서 음식점과 유흥시설은 방역수칙이 동일하다. 음식점은 밤 9시 이후엔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클럽·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조처를 지켜야 한다. 이에 견줘 종전에는 운영이 금지됐던 노래연습장이나 피시방,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학원, 종교시설은 인원과 운영시간 제한을 지키면서 운영하도록 해 다소 숨통이 트인 상태다. 다만 전날 서울시 발표로 서울시 헬스장에서는 샤워실 이용 금지가 추가됐다. 수영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조처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현재 2단계 거리두기는 시설 운영은 유지하되 방역을 강하게 하자는 취지”라며 “수영장의 샤워실을 금지하면 영업이 아예 중단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이 쉽지 않고 전파 위험이 높은 카페 방역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됐지만, 시설 기준이 모호한 점이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일반 카페에서도 포장·배달만 허용되는 등 조처가 강화됐는데, 음식과 음료를 모두 파는 브런치 카페, 베이커리 카페 등 복합시설의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담당자는 “정부가 정확하게 (카페를) 정의해주지 않아 방역 관리를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어려움이 있다”며 “각 구청들이 시설에서 주로 판매하는 것이 음료인지를 보며 음식점과 카페를 구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 운영자 ㄱ씨는 “손님들에게 음식은 밤 9시까지 먹어도 되지만 음료는 안 된다고 설명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다산콜센터와 구청에 문의했지만 분명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애초 카페라는 별도 신고 업종은 없고,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모든 카페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중 하나로 신고를 하고 있다”며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됐더라도 커피 등 음료를 주로 판매하면 카페로 보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설명만 내놨다. 팬케이크와 같은 브런치 메뉴를 음료와 같이 내는 매장의 경우, 지자체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밤 10시 이후 버스 운행을 20% 줄이고, 27일부터는 같은 시간 지하철 운행도 20% 줄인다. 서울 동대문 집에서 잠실 직장까지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ㄴ씨는 “서울시 정책과 반대로 출퇴근 시간에 배차 수를 늘려야 대중교통 안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방송노동자 ㄷ씨도 “보통 촬영을 하고 방송국으로 돌아오면 자정 무렵이 된다. 대중교통이 끊길 경우, 평소 같으면 찜질방에 가서 첫차 시간을 기다리겠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찜질방에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쪽은 현재 밤 10시 이후 대중교통 혼잡도는 54% 수준인데, 운행을 감축하면 혼잡도가 6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지역 어린이집 휴원 조처가 전날 결정되면서, 학부모들은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맞벌이를 하며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직장인 ㄹ씨는 “휴원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되어서 재택근무를 해야 할지, 긴급돌봄에 보낼지 걱정”이라며 “휴원 기간도 명확하게 공지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다중이용시설 피해가 너무 크지 않도록 정부에서 세밀하게 시설별 방역을 강화하더라도, 정밀방역을 하는 한 어딘가에는 브런치 카페처럼 회색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거리두기 수칙을, 해도 되는 활동의 ‘마지노선’(최대치)이 아니라 정부가 제한할 수 있는 최소치 성격으로 여기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접촉량과 활동량을 줄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다 보니 유행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방역 조처를 계속 보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이주빈 장필수 박윤경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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