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옥시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축소·은폐 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유정 가습기살균제 조사1과장(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유발하는 가습기 살균제가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요양원·어린이집·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최소 수천개를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광범위한 피해가 있을 수 있어 보다 다각적인 진상규명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지적이 나왔다.
사참위는 10일 자료를 내고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8월 사이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기록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집·요양원·공공기관·군부대·사기업 등 3419곳에서 가습기 살균제 4668개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연락처가 확보된 구매처에 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구매·사용 사실을 통보하고 ‘노출자’로 추정되는 6011명에 연락해 피해 가능성을 알렸다. 사참위는 “이 과정에서 일부 복지시설에서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한 사례, 요양원에 중풍으로 입원한 환자 중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사례, 밤샘 작업 때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이후 호흡기능 저하 판정을 받았다는 사례 등 노출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이번 조사 중 ‘공공기관 전자조달시스템’(조달청 나라장터 등 3곳)을 통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국방부 등 8곳의 공공기관에서 가습기살균제 232개를 구매한 내역도 새롭게 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2011년 8월31일 가습기살균제 출시·사용 자제 권고를 내렸으나 서울메트로와 육군군수사령부, 국방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등은 2011년 9월 이후에 구매계약을 체결해 정부의 권고 조치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는 이번 조사가 11개월 동안 이마트 한곳에서만 판매된 세가지 제품(옥시 가습기당번·애경 가습기메이트·이마트 가습기살균제)에 대해서만 이뤄진 것으로 훨씬 더 광범위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참위는 “가정 밖 가습기 살균제 구매 내역을 확인한 첫 사례인데 피해자 대부분이 노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피해입증이 어렵고 조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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