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원 음압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기도 내 3개 병원을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병원 전체 또는 일부를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전담시킬 계획이다. 3차 유행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고 나서야 관련 대책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이창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환자병상확충반장은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경기도 성남의료원 3곳을 코로나19 중환자나 중등증 환자 치료를 전담할 병원으로 거점화하기 위해 각 병원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반장은 “병원 전체를 쓰기로 한 박애병원은 기존 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건강보험 일산병원은 3분의 1 정도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의료원과도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 확충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거점병원을 따로 지정하는 것은, 중환자 병상 부족이 본격화한 가운데 민간 상급종합병원들로부터 중환자 병상을 조금씩 제공받는 그간의 방식이 한계에 부딪친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중수본은 이날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정부가 지정하고 손실을 보상하는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전날 기준 210개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전날보다 4개 병상을 더 확보했지만, 수도권에 남은 것은 서울 3개, 경기 2개, 인천 1개로 전날과 동일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이날 “서울에서는 하루 1.7개의 중증 병상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립대 병원 37곳에서 중환자 병상을 추가 확충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설치한 코로나 중증환자용 긴급치료병상처럼, 서울대병원은 연초까지 코로나19 중환자만 치료하는 모듈병상을 48개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거점병원을 지정한다고 해도 복합 중증을 치료할 만한 의료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준 국장은 “거점병원과 관련한 구체 계획은 협의가 끝나는 대로 밝히겠다”고 했다.
중수본은 또 국립중앙의료원, 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복지부 관할의 수도권 공공병원에서 일반병상을 1천여개 추가 확보하고, 지자체 운영 생활치료센터가 부족해질 때를 대비해 중수본이 운영하는 1천여명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를 2~3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컨테이너 병상과 자택 대기자 ‘홈케어’ 시스템 등 궁여지책이 이어지자,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 병상 확보 계획이 나온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이날 오전 확진자 6명이 목포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25개 서울시 자치구는 생활치료센터로 쓸 호텔·모텔 같은 숙박시설 등을 구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차 유행 들어 가장 큰 규모인 689명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의 지역사회 감염이 곳곳에 산재해, 지난달 24일부터 실시한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하얀 홍용덕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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