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티넥에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의료 관련 종사자들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티넥/AP 연합뉴스
3차 유행의 정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략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나라들에 견줘 정부가 구매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종 개시 시점보다는 집단면역 수준인 전 국민의 60% 이상 백신 접종을 얼마나 빨리 완료하느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열린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 및 예방접종 계획’ 브리핑에선 정부 대응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7월부터 선구매 협상을 벌여왔는데,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선구매해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며 “부작용으로 인한 임상시험 중단 사태 등을 감안해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도 “(국외 접종 상황을) 어느 정도 지켜보면서 백신의 안전성이 확보된 뒤 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정부가 7월부터 협상을 시작한 것은 늦은 것”이라며 “미국 같은 곳은 그보다 몇달 전부터 초고속 작전을 통해 대여섯개 백신 물량을 선구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 도입을 위해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첫 회의를 진행한 것은 6월29일이었다.
다만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7월 당시만 해도 어느 제약회사가 3상 임상시험과 제품 개발까지 마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전문가들이 5개 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다행이라고 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확진자가 많았던 미국과 캐나다, 영국은 백신 물량을 대거 선구매한 것이고, 당시 확진자가 적었던 한국은 가장 효과가 확실한 백신을 구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문가들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3차 유행이 규모가 크고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4차, 5차 유행이 다시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 중부 도시 라마트간의 ’셰바 텔 하쇼메르 메디컬 센터’에서 17일(현지시각) 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선다. 라마트간 신화=연합뉴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접종 완료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2~3월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백신을 도입해,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는 시기인 11월 전까지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접종 대상은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노인 등 우선접종 대상자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미국은 (내년 6월까지 모든 미국인에게 접종 기회를 준다고 했으나) 여론조사에서 40%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접종 시작 시기보다 고위험군을 우선으로 해서 얼마나 빠른 기간 안에 전체 인구의 60% 이상에게 접종을 완료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도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고위험군이 먼저 접종하고 나면 일반인들의 접종 수용도가 얼마나 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한 다른 백신들의 국내 도입 일정도 신속하게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 2~3월부터 백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시작이 될 것으로 예고해 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정부 발표에서 아쉬운 점은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한) 다른 백신들을 언제부터 도입하고 언제부터 (접종을) 시작할 건지에 대한 일정이 아직까지 확정이 안 됐다는 점”이라며 “집단면역 확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4개월 더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게 될 텐데 백신 도입 시기를 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전 인구의 몇배로 백신을 확보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4400만명분(인구의 85%)에 그친다는 점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미국 듀크대 세계보건혁신센터가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코로나19 백신 통계를 보면,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은 자국민 전체에게 접종하고도 남는 물량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물량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확보한 백신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백신이어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국장은 “외국이 지금 2배, 6배 이야기하는 부분은 선구매인데 그것이 모두 구매로 연결되는 물량은 아니다. 실제 구매 물량은 다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의 행정명령으로 인한 백신 도입 차질 우려에 대해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모두 행정명령과 무관하게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개발되거나, 미 정부가 조달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자국민의 백신 접근성을 우선 보장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편 국내에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은 내년 말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정부는 이날 밝혔다. 국외 제약사에 견주면 한참 진도가 늦다.
서혜미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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