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의 로베르트 보슈 병원에서 27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 이동 접종소를 운영할 차량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 의료진은 요양원 등지를 돌며 거주자들에게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벨기에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을 27개 회원국에 일제히 배분했으며 각국에서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됐다. 슈투트가르트/AFP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2~3월부터 고위험군 환자가 입원해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과 같은 집단시설 거주 노인 등 100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년 9월까지 국내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접종을 서두를 계획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8일 “백신이 국내에 공급되는 내년 2∼3월부터 바로 접종이 가능하도록 하고,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에 대한 접종은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11월) 이전까지 마무리하도록 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65살 이상 노인, 위험도 중등도 이상의 19~64살 만성 질환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경찰·소방공무원·군인 등이다.
이 가운데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이 밀집해 있는 곳의 의료진과 입소자 등에게 최우선 접종할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이들의 규모가 “100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방대본 쪽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집단면역 형성 시점을 9월께로 잡고 백신의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물량 추가 확보를 위해 개별 제약사들과 협의 중이다. 정 본부장은 이날 “적어도 내년 3분기 정도까지는 우선순위에 있는 접종 대상자(3600만명)에 대한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인구의 60~70%의 항체 형성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약 3109만~3628만명이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구매 계약을 완료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3600만명분 총 6600만회분이며, 모더나와는 1천만명분의 백신 공급을 위한 계약서를 검토 중이다.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도입하는 백신은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얀센은 2분기, 화이자는 3분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정부가 확보한) 4600만명분의 백신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88%에 해당”한다며 “백신 접종 가능 인구인 18살 이상 4410만명의 104.3%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각 제약사들이 전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을 계약 시기에 맞춰 공급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정 본부장은 “내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에 물량이 많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접종 인프라를 구축해서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접종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물량이 들어온 뒤 국민들이 접종을 받기까지 필요한 유통·보관 준비도 갖추고 있다. 우선 화이자 백신(영하 60~90도) 등 냉동유통이 필요한 백신에 대해서는 초저온 냉동고를 배치한 별도 접종센터를 약 100~250개 지정해 운영하는 한편, 내년 1분기 내로 초저온 냉동고 250여대를 구비하기 위해 구매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냉장 보관·유통(2~8도)이 가능한 백신(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예방접종 경험이 있는 위탁 의료기관을 지정해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까다로운 ‘콜드체인’ 유지를 위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유통·공급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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