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확인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에 코로나19 입국제한 조치 실시 국가 여행제한 주의보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3명에게서 처음 발견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최대 1.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사회로 광범위하게 유입될 경우, 확진자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지 않도록 최대한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2일 입국한 영국 런던 거주 가족 4명은 모두 확진됐고 이 가운데 19살 미만 자녀 2명과 부모 가운데 1명인 30~40대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대본은 그동안 누적된 환자들의 검체 1640건에 대한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추가 분석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파악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동승한 승객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검역과 방역체계 내에서 관리가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항공편에 탑승한 승무원 12명은 진단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영국에서 입국한 뒤 자가격리 중에 사후 확진된 경기도 고양시 거주 80대 남성과 유가족 3명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에 대해서도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종류인 GH형과는 다른 GR형이라고 방대본은 설명했다. 1640건에 대한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4월까지는 S나 V그룹이 다수였고 5월 뒤부터는 최근까지 GH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주로 검출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되면 영국이 경험했던 것처럼 전파력을 높일 수 있다”며 “검역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지 않도록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은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바이러스 변이를 보고한 영국 정부가 역학적 자료를 통해 제시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기존 바이러스에 견줘 전파력이 70% 높고,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는 0.4 정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 관련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지역이라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은 전파력이 실제로 영국 정부가 밝힌 만큼 높을지, 또 환자 중증도나 치명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은진 방대본 검사분석1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변이 부위가 숙주세포 결합 부위라 항체 반응이나 병원성 감염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실질적인 실험 데이터나 임상 데이터는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충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도 “현재까지는 영국이 제시한 초기 역학 데이터만 있기 때문에, 국내 유입 시 거리두기를 비롯한 국내 방역 체계 등의 추가적 강화가 필요할지를 논의할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발견된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1% 정도가 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인간 면역체계는 단순히 스파이크 단백질 한 부위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서, 이번 변이로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가 없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