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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살짝 불안해하던 직원들도 일찍 접종하길 잘했다고 한다”

등록 2021-02-28 16:03수정 2021-03-01 02:30

[백신 접종기]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병원장
27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환경미화원 정미경씨가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환경미화원 정미경씨가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월26일 오전 9시께, 우리 진해드림요양병원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402일 만에 첫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크게 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일부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작다거나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왈가왈부했지만, 영국 등에서 나온 대규모 실제 접종 데이터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중증화 억제에 효과가 탁월했고 부작용 역시 다른 백신보다도 오히려 적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할 만한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즉 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은 거의 없었다. 또한 혹시 발생하더라도 항알레르기 주사 투여 등으로 즉시 호전되므로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도 첫 접종이라는 부담은 피할 수 없었다. 살짝 불안해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 역시 못 맞겠다는 건 물론 아니었다. 요양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1년 넘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방역수칙 준수와 모임 자제 등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어온 데서 벗어날 희망이 보인다는 기대감과 고령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실제 접종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몸 상태와 과거에 중증 알레르기 전력이 있었는지 등을 묻는 예진표를 작성하고 체온 측정과 의사의 예진을 거쳤다. 혹시라도 고열이 있거나 하면 접종을 며칠 연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런 사례는 없었다. 알레르기 역시 쇼크나 호흡곤란 등 중증 알레르기가 아닌 음식 알레르기 등은 별문제가 없지만, 그런 사람에게는 접종 뒤 반응 관찰을 위한 대기시간을 늘렸다. 원래는 15분 정도 대기하면 충분하지만 30분가량 대기하도록 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당일 비근무자를 제외한 40명 전원이 접종을 마쳤다.

접종 뒤 반응도 일반 주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통증은 독감 백신보다도 오히려 덜하다는 사람도 많았다. 좀 더 아프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평균적으로는 독감 백신 수준이었다. 접종 부위가 뻐근하거나 가벼운 현기증이 있는 경우는 좀 있었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졌다고 했다. 좀 더 지나자 근육통이나 미열 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가벼운 몸살 증상은 모든 백신에 흔하거니와 정상적인 면역 형성 과정이기도 하다. 하루 이틀 정도의 적절한 휴식으로 대부분 호전된다. 진통제는 면역 형성을 줄일 수 있으므로 복용하지 않으면 더 좋지만, 정 필요하다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를 먹으면 된다. 이런 모든 상황을 포함해 백신 접종 뒤 이틀이 지난 28일 오전까지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접종 전에는 살짝 불안해하던 직원들조차도 지금은 다들 홀가분해하면서 일찍 접종하기를 잘했다고 말한다. 물론 백신을 접종했다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호 효과가 완벽한 것은 아니거니와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2주 내지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그 뒤에도 2차 접종을 해야 하는 등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중증화 억제 및 남에게 전파를 억제하는 효과만으로도, 노인 환자들을 모시고 있는 요양병원 직원들에겐 심리적 부담을 크게 완화한다. 사실 지난 1년간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무엇보다도 65살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승인되지 않아서 이번 접종 대상에서 이들이 제외되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임상시험에서 65살 이상인 대상자가 적어서 이들에게도 확실히 효과가 있음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이미 임상시험보다 훨씬 대규모인 실제 데이터들이 보고되고 있고, 65살 이상에게도 중증화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안전성 역시, 이는 애초부터 문제가 아니었거니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오히려 다른 백신보다도 중증 부작용 사례가 훨씬 적었고 혹시 생기더라도 접종기관에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입원 환자분들이야 외부 출입이 통제되어 있으니까 약간 늦춰지는 것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간병인이나 직원 중에서도 65살 이상인 경우가 제법 있으며 이들은 출퇴근을 한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의 대부분이 출퇴근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에게만이라도 하루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절실하다.

또한 최우선 접종 대상인데도 빠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가령 일부 기관에서는 청소노동자나 환자이송 노동자 등을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니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들이라고 해서 피해 가는 것이 아니다. 소속 등을 따지지 말고 병원 내 근무자는 모두 포함해야 한다. 내부 근무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 가령 의약품을 배송하는 제약회사 직원 등도 마찬가지다. 실제의 위험성을 따져야지 백신 접종조차 또 다른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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