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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위험군 접종까지 시간 벌어야…‘거리두기’ 외 뾰족수 없어

등록 2021-04-05 16:48수정 2021-04-06 02:43

정은경 “지난주 감염재생산지수 1.07…500명대보다 더 증가”
5일 오후 부산진구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부산진구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방역 강화를 위한 특별 조처가 없을 경우 확진자가 500명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이 일단락될 때까지 ‘시간 벌기’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현재 1.85%에 불과한 백신 접종률로는 유행 저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에 평가된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1을 초과했기 때문에 하루 500명대보다는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전국 모든 권역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명이 추가로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로, 1 미만이면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1 이상이면 늘어난다. 방대본 집계를 보면, 지난주(3월28일∼4월3일) 국내 발생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477명으로 전주보다 55.7명(13.2%) 증가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역시 473명으로 엿새 만에 400명대로 낮아졌지만 이는 주말 진단 검사량 감소 영향으로, 한 주 전 월요일(3월29일) 384명 발생에 견줘 23%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경남권, 충청권, 호남권 등 비수도권의 확산세가 눈에 띈다. 수도권의 지난 한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03.9명으로, 3월 둘째 주(7∼13일) 313.7명보다 약간 줄었다. 반면 경남권은 41.2명에서 75.4명으로, 충청권은 26.3명에서 42.7명으로, 호남권은 16.4명에서 18.4명으로 증가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비수도권에서는 거리두기가 1.5단계를 유지하다 보니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집단확산이 (확산세의) 매개가 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자매교회 순회모임 관련 집단감염은 이날 0시까지 전국 9개 시·도에 걸쳐 모두 134명 확진으로 늘어나는 등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견줘 병상 자원이 열악하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유행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유흥주점 등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역 내 공공병원이 한 곳뿐인 부산의 병상 사정이 대표적이다. 부산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는 이날도 40명이 추가돼 누적 273명이 됐다. 이날 0시 기준 전국에 사용 가능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중등도 환자용 병상)은 5890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부산에 남은 것은 69개뿐이다. 중환자 병상은 39개가 남아있고, 생활치료센터 병상 여력도 120명 정도다. 부산에서는 3차 유행 초입이던 지난해 11월 말에도 병상 부족으로 지역 내 확진자들을 대거 대구로 이송시킨 적이 있다.

아직 백신 효과에 기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0시 기준 예방접종을 1차까지 한 사람의 수는 모두 96만2730명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전체 국민의 1.85%에 그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예방의학)는 “백신이 유행 저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20% 이상은 접종해야 하고, 이렇게 되려면 국내에서는 최소 6월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4차 유행이 곧 시작된다면, 이번에도 ‘거리두기’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에 방역 관련 자문을 하는 생활방역위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려면 사람 간 만남과 이동을 억제하는 수 말고는 없다”며 “지역을 가리지 말고 전국적으로 일제히 방역을 강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생활방역위원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도 “거리두기 단계 자체가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 지금까지 안 쓰던 수단을 만들어서 방역을 강화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다시 방역을 강화할 경우 사회적 수용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그동안은 세 차례의 유행을 어렵게 버텨냈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방역 긴장도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 가장 어렵고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새롭게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오는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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