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부산진구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방역 강화를 위한 특별 조처가 없을 경우 확진자가 500명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이 일단락될 때까지 ‘시간 벌기’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현재 1.85%에 불과한 백신 접종률로는 유행 저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에 평가된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1을 초과했기 때문에 하루 500명대보다는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전국 모든 권역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한 명이 추가로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로, 1 미만이면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1 이상이면 늘어난다. 방대본 집계를 보면, 지난주(3월28일∼4월3일) 국내 발생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477명으로 전주보다 55.7명(13.2%) 증가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역시 473명으로 엿새 만에 400명대로 낮아졌지만 이는 주말 진단 검사량 감소 영향으로, 한 주 전 월요일(3월29일) 384명 발생에 견줘 23%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경남권, 충청권, 호남권 등 비수도권의 확산세가 눈에 띈다. 수도권의 지난 한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03.9명으로, 3월 둘째 주(7∼13일) 313.7명보다 약간 줄었다. 반면 경남권은 41.2명에서 75.4명으로, 충청권은 26.3명에서 42.7명으로, 호남권은 16.4명에서 18.4명으로 증가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비수도권에서는 거리두기가 1.5단계를 유지하다 보니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집단확산이 (확산세의) 매개가 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자매교회 순회모임 관련 집단감염은 이날 0시까지 전국 9개 시·도에 걸쳐 모두 134명 확진으로 늘어나는 등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견줘 병상 자원이 열악하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유행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유흥주점 등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역 내 공공병원이 한 곳뿐인 부산의 병상 사정이 대표적이다. 부산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는 이날도 40명이 추가돼 누적 273명이 됐다. 이날 0시 기준 전국에 사용 가능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중등도 환자용 병상)은 5890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부산에 남은 것은 69개뿐이다. 중환자 병상은 39개가 남아있고, 생활치료센터 병상 여력도 120명 정도다. 부산에서는 3차 유행 초입이던 지난해 11월 말에도 병상 부족으로 지역 내 확진자들을 대거 대구로 이송시킨 적이 있다.
아직 백신 효과에 기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0시 기준 예방접종을 1차까지 한 사람의 수는 모두 96만2730명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전체 국민의 1.85%에 그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예방의학)는 “백신이 유행 저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20% 이상은 접종해야 하고, 이렇게 되려면 국내에서는 최소 6월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4차 유행이 곧 시작된다면, 이번에도 ‘거리두기’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에 방역 관련 자문을 하는 생활방역위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려면 사람 간 만남과 이동을 억제하는 수 말고는 없다”며 “지역을 가리지 말고 전국적으로 일제히 방역을 강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생활방역위원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도 “거리두기 단계 자체가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 지금까지 안 쓰던 수단을 만들어서 방역을 강화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다시 방역을 강화할 경우 사회적 수용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그동안은 세 차례의 유행을 어렵게 버텨냈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방역 긴장도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 가장 어렵고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새롭게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오는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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