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30살 미만에겐 맞히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책 근거로 제시했던 ‘연령대별 이득·위험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백신 접종 제한 대상인 20대는 득실계산 결과가 반대로 제시됐고, 30대 이상에 대해서도 수치가 대부분 큰 폭으로 틀렸다. 정책 결정을 뒤집을 오류는 아니었으나, 허술한 준비로 정부의 백신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 먹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지난 11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재개하되 30살 미만에는 접종을 제한한다”고 밝히며, 정부의 ‘혈액응고장애 자문단’이 연구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이득과 위험 비교’ 결과를 보도자료에 담아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주 드문 부작용’으로 인정한 희귀 혈전증(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뇌정맥동혈전증과 내장정맥혈전증) 발생률과, 희귀 혈전증의 치명률, 향후 예상되는 확진자 수 시나리오, 나이대별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 백신의 사망·중증화 예방 효과 등을 바탕으로, 나이대별 접종 이득과 위험을 산출하는 내용이다.
연구 결과는 크게 두 축으로 이뤄졌다. 우선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코로나19 사망 건수와 희귀 혈전증이 발생해 사망하는 건수를 추산해 나이대별로 비교(사망건수 비교)했다. 두번째로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코로나19 중증환자 발생 건수와 희귀 혈전증 발생 건수를 나이대별로 비교했다. 이 가운데 사망건수 비교에서 20대는 이득(예방 가능한 코로나19 사망건수)이 위험(희귀 혈전증으로 사망하는 건수)보다 적어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전날 추진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날 발표에서 코로나19 중증화 예방건수 이득과 희귀 혈전증의 발생 위험 비교에선 20대의 접종 이득이 위험보다 2.1배 높은 것으로 제시됐으나, 이는 결론이 뒤집힌 오류로 확인됐다. 20대는 예방접종으로 방지할 중증환자 발생 건수가 여러 시나리오를 평균 낼 경우 8.3건이고, 희귀 혈전증 발생 예상건수는 26.6건이라, 실제로는 이득이 위험의 2.1배가 아니라 위험이 이득의 3배 이상이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발견됐다. 전날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 중증건수 예방 이득 비교를 보면, 30대는 이익이 위험의 2.1배, 40대는 9.0배, 50대는 19.7배, 60대는 159.3배, 70대는 411.4배, 80대는 690.3배라고 제시됐다. 하지만 수정한 자료에선 각각 1.3배, 2.9배, 7.6배, 23.9배, 61.7배, 103.5배로 값이 작아졌다. 다만, 백신 접종의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고, 특히 60대부터는 이익이 훨씬 높은 점은 변함이 없다.
이런 오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추진단이 아니라, 해당 연구를 수행한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가 이날 오전 언론에 알리면서 확인됐다. 정재훈 교수는 “10일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 때는 정상 수치가 기재된 자료로 회의가 진행됐고, 결과를 판단할 땐 (오류가 없는) 사망건수 비교를 두고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대국민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고, 전적으로 제 실수”라고 설명했다. 자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추진단은 이날 오후에서야 정정된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오류가 인지된 수치뿐 아니라 모든 수치를 재확인하느라 정정이 다소 늦어졌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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