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발급시스템’(일명 ‘COOV’)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 블록체인랩스와 업무협약을 마친 뒤 테스트 앱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15일부터 코로나19 ‘전자 예방접종증명서’가 발급된다. 당장은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용도에 그치지만, 향후 증명서를 가진 이는 자가격리 대상이 되어도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15일 0시부터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전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지금까지 독감 백신 등 어떤 종류의 예방접종이든 ‘예방접종도우미’나 ‘정부24’ 누리집에서 증명서를 출력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예방접종자들의 경우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방지되는 전자 예방접종증명서를 받는 것이 추가로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이날 오후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민간 벤처기업인 ‘블록체인랩스’와 기술 지원 등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자 예방접종증명서 활용 범위에 대해 정우진 질병청 시스템관리팀장은 “예방접종 사실을 본인 또는 제3자에게 확인하기 위한 공증 서류 성격으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증명서를 제시해야 할 때는 전자출입명부 방식과 동일하게 큐아르(QR) 코드를 띄워 간편 인증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증명서를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용처’가 따로 정해지진 않았다. 가령, 예방접종 인증 큐아르코드를 제시한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외 여행·출장 때도 입국 뒤 검역과 격리 절차가 면제되지 않는다. 정우진 팀장은 “앞으로 접종자 규모,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자가격리 완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여권과의 관련성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다. 앞서 올 1월26일 아이슬란드가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했고, 유럽연합(EU)은 올 6월부터 역내에서 여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 그린패스’ 개발에 들어갔다. 인구 대비 접종률이 50%를 넘은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자에게 ‘그린 패스’를 발급해 식당, 수영장, 문화시설 출입과 운동경기 관람 등 과거의 일상을 일부 허용했다. 정우진 팀장은 이에 대해 “세계 협약 같은 것으로 백신 여권의 개념이 정립되면 그때 (국내에서도 증명서를 백신 여권화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신접종증명서가 ‘여권’ 또는 ‘그린패스’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백신 접종 뒤 형성된 항체의 유지 기간을 알 수 없고,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18살 이하나 임산부,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 등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백신 확보 역량도 달라 선진국-후진국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공평한 기반에서 접종할 수 있지도 않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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