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자사의 전문가용 자가검사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생길 경우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안에 확인해볼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를 7∼10일 뒤면 약국·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자가검사키트는 기존 유전자증폭(PCR)검사보다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방역 혼선’이 생길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임상성능 시험 자료 제출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면서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을 추후 자가검사에 대한 추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등을 3개월 안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했다”며 “제품의 원리와 한계상 바이러스 농도가 적은 무증상자에 대해서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우니 유증상자이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자가검사키트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직접 콧속에서 채취한 검체로 양성·음성 여부를 판별하는 기기다. 붉은색 두줄이 나타나면 양성을 의심하고 키트를 비닐 등으로 밀봉해 선별진료소 등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하고, 반드시 유전자증폭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한 줄이 나타나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필수이며, 계속 의심스러우면 결국 유전자증폭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한줄이 나타난 키트라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비닐 등으로 밀봉해 종량제 봉투에 넣어 생활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이날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사의 제품이다. 두 제품 다 국내에서는 전문가용 허가만 받았고, 독일·덴마크 등 국외에서만 자가검사용 임상시험을 실시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의 경우 전문가용 허가를 받을 당시 민감도는 90%(실제 양성자 60명 가운데 54명이 키트 사용 뒤 양성으로 나옴), 특이도는 96%(실제 음성자 100명 가운데 96명이 키트에서 음성으로 나옴)라고 제시된 바 있다. 휴마시스는 지난달 전문가용 허가 때 민감도는 89.4%, 특이도는 100%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콧속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활용하는 키트의 정확도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두 업체에 자가검사의 임상적 성능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기한은 석달 뒤다. 식약처는 지난 16일 ‘체외진단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고시를 개정해 자가검사키트의 시판 뒤 임상시험 성능 자료 제출이 가능하게끔 해줬다.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집단생활시설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방역당국의 관리 영역 밖인 다양한 민간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비율)이 낮은 한국에서 자가검사키트가 무분별하게 쓰이면 위양성(가짜 양성)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물류센터 등 고위험 사업장에 사용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업주 판단에 따라 고위험사업장인 경우 효용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무증상자라면 민감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전자증폭검사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