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공군 군수사령부 장병이 대구기지 강당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정아무개(40)씨는 29일 오전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사이트를 여러 번 오갔다. 방역당국이 전날 위탁의료기관에 ‘노쇼’(예약부도) 등으로 폐기되는 백신이 있다면 접종 대상자가 아니어도 즉석에서 동의를 통해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애초 접종 계획대로라면 하반기가 되어야 접종이 가능한 정씨는 백신 접종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사는 지역 보건소에도 전화해봤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 사전예약 시스템 사이트에서 예약을 시도했지만, ‘해당기간 내에 대상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만 떴다. 사전예약 시스템 사이트에 있는 ‘전화예약 가능한 의료기관 찾기’에서 사는 지역 의료기관을 찾아서 전화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도 “아직은 대기자를 받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정씨는 “가능한 한 백신을 빨리 접종하고 코로나19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접종이 가능할 때까지 계속 연락을 해보려고 한다. 근처 예방접종센터에 가서 무작정 기다릴까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로 일하고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곽아무개(41)씨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방에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시간이 되시면 가까운 병원에 연락해서 백신 접종 예약을 하라”고 권유했다. 곽씨는 “병원별로 해주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는 것 같다”며 “어떤 분은 세 군데 병원에 전화를 돌려서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예비명단을 받아준 병원에는 곧 사람들이 미어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기사 보고 병원에 전화했더니 바로 오라고 하더라. 40대 평범한 직장인인데, 일단 맞고 오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곽씨는 “어디 가능한 병원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말하자, 대화방의 한 친구가 “나도 동네병원을 천천히 알아봐야 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이 28일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가 접종 당일 무단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의료기관은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폐기량 감소에 목적을 두고 예비명단과 현장에서 즉석에서 등록해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순서가 아니어도 백신 접종하러 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8일 현재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위탁의료기관은 2000여개지만, 정부는 5월 말까지 이 숫자를 1만40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의료기관에서 1∼2명의 예약자가 사전 알림 없이 접종 당일 방문하지 않는다면, 산술적으로 1만명 이상에게 맞힐 수 있는 백신 물량이 폐기된다. 코로나19 백신은 한 병(바이알)당 정해진 접종 인원이 있으며 개봉 뒤 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백신이 남았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명단을 준비하도록 방역당국은 지난 3월 지침을 마련했으나, 예비명단 대상자들이 적정 시간 내에 연락이 닿지 않거나 접종을 하러 오기 힘들 경우가 문제가 됐다.
예비명단 대상에는 별도 제한이 없으며,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더라도 접종이 가능하다. 홍 팀장은 “(위탁의료기관에서) 다른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도 (현장에서 동의 여부를) 묻고,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아직 일선 위탁의료기관에서 일괄 적용되진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현장 등록은 접종대상자가 예약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운이 좋게도 당일 노쇼 등으로 잔여량이 있으면 접종받을 수 있다”며 “또한 예비명단이 접종할 경우에는 현장에서 등록하고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어 “폐기량 최소화를 위한 예비명단 운용, 현장 등록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반복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노쇼 발생에 대비해 폐기량 최소화를 위해 현장등록 접종을 하도록 지침을 운용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백신 접종 가능한 위탁의료기관 찾으려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해 ‘전화예약 가능한 의료기관 찾기’를 통해 병원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해당 병원의 당일 노쇼 등으로 잔여량 존재 여부 등에 따라 예약 가능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