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왼쪽 사진)과 화이자 백신(오른쪽 사진)의 접종 준비 모습.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의 효과와 안전성을 둘러싼 연구에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도 1차 아스트라제네카-2차 화이자 등 서로 다른 백신을 교차접종하는 임상 연구를 500명 규모로 시작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토착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교차접종이 필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유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접종분석팀장은 20일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국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화이자 백신 등 교차접종 임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400∼500명 정도를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고, 이 연구는 예방접종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경 팀장은 “현재 연구를 기획·준비하는 중이며, 구체적인 (시험) 시기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추진단은 국내에서의 연구와 별개로 국외에서 진행 중인 교차접종 연구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등에서 교차접종과 관련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스페인 국영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1차 접종한 18∼59살 670여명 가운데 442명에게 8∼12주 뒤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했더니 면역 효과가 더 좋고 안전성 문제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교차접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희귀 혈전증 부작용 우려 탓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30살 미만을 제외했지만, 앞서 이 백신을 접종한 20대 19만명에겐 2차 접종도 아스트라제네카를 그대로 쓰기로 했던 터다. 독일, 프랑스 등에선 1차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 일부에게 2차는 화이자나 모더나 등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희귀 혈전증 부작용 사례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이 없는 만큼, 당장 1차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에게 2차로 다른 백신을 교차 접종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은 반복 접종 때 효과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19 장기화와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 때문에 ‘3차 부스터샷’(3차 추가 접종)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차접종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교차접종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임상 연구로 확인되면, 2차 접종자들의 항체 효과가 떨어져 3차 부스터샷이 필요해질 때 전보다 더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며 “장기전 대비 차원에서 교차접종 효과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올해 후반이나 내년 초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해질 경우, 그때부터 교차접종이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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