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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백신 정량 절반만? 5배나? 오접종 속출…정부 “개선책 마련중”

등록 2021-06-13 18:04수정 2021-06-13 20:26

전북서 5명에게 정량 5배 접종…일부 한때 고열
인천서 의사가 임의로 40여명에게 절반남짓 접종
현장감독 강화 필요…정부 이르면 14일 개선방안
30살 이상 예비군·민방위 등에 대한 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대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명분의 백신이 든 바이알(병)을 들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살 이상 예비군·민방위 등에 대한 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대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명분의 백신이 든 바이알(병)을 들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가운데 정해진 용량보다 많거나 적게 투여하는 ‘오접종’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인천의 한 민간 위탁의료기관에선 의사가 임의적 판단으로 적어도 40여명에게 정량의 절반만 주사한 사실이 드러나 처벌 여부 등 후속 조처가 주목된다. 정부는 오접종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13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과 인천시 설명을 종합하면, 인천 남동구의 한 병원이 적어도 40여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정량(0.5㎖)의 절반만 투여한 사실이 밝혀져 남동구가 지난 10일 남은 백신을 전부 회수하고 위탁 계약을 해지했다. 구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4일 민원 신고가 접수되면서다. 신고 접수 뒤 남동구는 해당 병원의 진료 차트를 분석했으며, 지난 4월부터 6월9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676명 가운데 40여명에게 0.25∼0.3㎖만 접종한 기록을 찾아냈다.

남동구 관계자는 “해당 병원 쪽은 ‘예진 의사가 접종 전 예진 과정에서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 정량 이하로 접종했다. 그런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병원 예진 의사가 몇 명인지, 또 정량 이하 접종 처방을 한 의사가 몇 명인지 추가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가 완료되기 전이지만 진료 차트에서 정량 이하 접종 기록이 확인됐고, 병원 쪽에서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서 계약해지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병원에서 접종을 받을 예정이었던 215명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처가 이뤄졌다.

“정량 절반 접종자 2차 이전엔 효과 떨어질 수도”

정부는 정량보다 적게 접종한 40여명에 대해 재접종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준을 참고해 만든 추진단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기준’을 보면 ‘적어도 정량의 절반 이상 접종된 경우에는 재접종하지 않는다’고 정해져 있다. 현행 기준으론 정량의 절반 미만으로 접종하거나 용량 비율을 추정할 수 없는 경우에만 즉시 허가된 용량으로 반대쪽 팔에 접종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1회차 때 정량의 절반이 접종됐더라도 2회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권장 간격이 8~12주로 긴 편이라 1회차 때 절반이 접종된 사람들은 2차 접종 이전까지 백신 효과가 낮게 유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북 부안의 한 의원에서는 지난 10∼11일 접종자 5명에게 얀센 백신을 5배 과다 투여하는 일도 발생했다. 얀센 백신은 2.5㎖인 1바이알(병)을 5명분으로 나눠 한 사람에게 0.5㎖씩 접종해야 하지만, 의료진이 5명분인 한 병을 통째로 한 명에게 투약했다. 과용량을 접종받은 5명은 전북대병원과 전주 예수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이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5명 가운데 1명은 한때 고열 증세를 보였고 나머지 4명에게선 별다른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외에서도 비슷한 과용량 접종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북도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위탁의료기관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 11일 경남 진주에서는 얀센 백신을 예약한 50대에게 실수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달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20대 잔여백신 예약자에게 연령제한으로 접종이 금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한 사례도 있었다.

희석 필요한 화이자도 접종위탁…오접종 개선책 필요

앞으로 접종 속도가 더 빨라지고 7월부터는 접종 전 해동과 희석 절차가 필요한 화이자 백신도 민간 위탁의료기관에서 다루게 되면서 오접종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생산과 공급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1회분씩 백신을 나눠 담지 않고, 여러 회분을 한 바이알에 담아 공급한다. 결국 정량을 추출해 접종하고 있는지는 위탁의료기관들의 역량과 선의에 맡겨진 형편이다. 경기도 구리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예방접종에 참여하고 있는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위탁의료기관들에 요구하는 온라인 교육 이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보건소가 위탁의료기관들을 한 번씩 현장 방문해 감독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보건소가 확진자 역학조사와 갈수록 늘어나는 예방접종 행정 등으로 과부하에 걸린 상황이니 정부가 필요 인력을 더 보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많은 사람에 대해서 1만개가 넘는 의료기관에서 접종하고 있다 보니 예방접종 진행과정에서 실수들이 다소 나타나고 있다”며 “개선방안을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논의 중이어서 아마 (14일) 브리핑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하얀 이정하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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