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6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도 지금처럼 업종별 차등 적용 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2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가리는 표결을 진행한 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이날 표결에서는 반대 15표, 찬성 11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가 추천한 근로자위원, 경영계가 추천하는 사용자위원, 정부 추천 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이뤄진다. 공익위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 부결에 표를 던져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5차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논의했지만, 노사 간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도 1시간 30분가량 관련 논의가 이어진 뒤 결국 표결에 들어갔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 때 지급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사업주 등의 부담을 고려해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이미 노동 현장에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에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건 또다른 차별을 뜻한다며 반대해왔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1988년 제도 시행 첫해에만 적용된 뒤 시행된 적이 없다.
앞서 지난 24일 노동계가 올해 최저임금 8720원에서 2080원(23.9%) 오른
1만80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가운데, 경영계는 이날 최초 요구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동결’로 제시했다. 노사는 이날 최초 요구안을 위원회에 공식 제출했다.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근로자·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대립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재 최저임금은 가구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208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족의 생계조차 담보할 수 없는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일해도 적자가 발생하는 노동 빈곤의 상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인상되어도 실질인상률은 8.6%로 삭감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에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4가지 결정기준(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과 소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영세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을 봤을 때 최저임금의 인상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주장했다. 류 전무는 이어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53.9%인 반면,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 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차기 회의는 다음달 6일에 열린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심의 요청을 받은 3월31일로부터 90일 이내)은 이날까지였다. 하지만 최저임금 논의 역사에서 이 법정시한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는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는데,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시 절차에 필요한 기간(2주)을 고려해 다음달 중순까지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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