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30일 서울시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도출된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안을 들어보이며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가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제이(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에게 관행적으로 떠맡겼던 택배 분류 노동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두 차례나 사회적 합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비용이 택배기사 몫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씨제이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가 택배 분류 관련 추가 비용이 발생하자 택배요금을 올리는 대신에 기존 택배요금에서 이 비용을 정산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 쪽은 “관련 내용을 논의는 했으나,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씨제이대한통운 등 국내 4대 택배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택배기사가 스무명 가까이 과로사하자 국회가 주도하는 두 차례 사회적 합의 기구 논의에 참여해 과로의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 분류 작업을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올해 초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 분류 인력 4천명을 투입했다가 비용 부담이 커지자 지난 3월 기업 고객 대상 택배 요금을 250원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열린 2차 사회적 합의 기구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인력을 1천명 더 투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를 토대로 한 택배요금 인상 필요 금액도 170원 수준이라고 보았다. 당시 씨제이대한통운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현재 시장 구도에서 추가 요금 인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씨제이대한통운 물량을 배송한다 해도 통상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용역업체격인 택배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이런 구조에서 소비자가 내는 택배요금 2500원은 택배기사 몫 800원, 씨제이대한통운 몫 900원, 택배 대리점주 몫 100원으로 배분된다. 나머지 700원은 택배사들끼리 물량 유치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배송을 의뢰한 고객사에게 되돌려주는 이른바 ‘백마진’으로 쓰인다.
이날 택배노조는 최근 씨제이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가 기존 택배요금을 그대로 두고 분류비용 명목으로 각각 105원과 65원을 추가로 가져가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씨제이대한통운은 1005원을, 대리점주는 165원을 가져가지만 택배기사의 몫은 63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분이 택배기사에게 전가되지 않게 한다’는 합의문 조문을 씨제이대한통운이 어겼다”며 “갈취해 간 택배요금 인상분을 돌려놓고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묵인한다면 불가피하게 정부를 규탄해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조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이런 조처를 강행할 경우 사회적 합의에 반한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택배요금을 올리지 않고 택배기사가 받아가는 수수료의 일부를 차감하는 방식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한 것이 아니다”며 “지난 3월 요금을 올렸더라도 그 돈은 이미 택배기사와 대리점, 씨제이대한통운이 나누어 가진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택배기사 몫에서 일부를 제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고 이런 입장을 씨제이대한통운에 전달도 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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