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 모인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직장갑질 119 제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은 가운데 고용형태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자들의 예방교육 경험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 9월7~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4일 보면, 응답자의 47%가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에서 관련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보다 1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예방교육 경험이 있는 응답자 특성을 보면, 정규직(60%)이 비정규직(27.5%)보다 32.5%포인트나 높았다. 사업장별로도 공공기관(66.0%)·대기업(72.9%)이 5인 미만 사업장(15.6%)을 크게 웃돌았다. 노조원(78.9%)과 비노조원(42.5%), 사무직(58.4%)과 생산직(37.5%), 서비스직(34.8%) 등 직군별로도 교육 경험 유무의 차이가 컸다.
이러한 격차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예방교육이 사업주의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비노조원 등 예방교육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해 교육 자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최소 2년에 한 번은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괴롭힘 유형들과 사례를 갖고 구체적인 지침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응답자 중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8.9%다. 1년 전 조사(36%)보다는 7.1%포인트 줄어든 수치지만,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32.5%로 1년 전 보다 2.8%포인트 늘었다. 응답자들은 괴롭힘 행위자로 ‘임원이 아닌 상급자’(45.7%), ‘사용자(대표·임원·경영진)’(26.6%), ‘비슷한 직급 동료’(15.6%), ‘고객·민원인 등’(5.2%), ‘사용자의 친인척’(3.1%) 등을 꼽았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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