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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경영계 불만인데…‘윤석열 정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운명은?

등록 2022-03-22 15:26수정 2022-03-22 15:47

‘직업성질병’ 두성산업 대표 구속영장
법원, “도주 우려 없다”며 기각했지만
“사안의 중대성·범죄 혐의 소명” 인정
윤, 법률상 문제점 지적에 경영계도 ‘민원’
정부 출범 이후 노동부 ‘수사 태도’ 관심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신청한 기업 대표이사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중대재해법 ‘1호 구속영장’ 기각과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상황 등이 노동부와 검찰의 중대재해법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법은 노동부가 신청한 두성산업 대표이사 ㄱ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범죄 혐의도 소명되지만, ㄱ씨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두성산업은 전자부품 제조 과정에서 유독성 세척액을 사용하면서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해 노동자 16명이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에 걸리게 한 혐의(중대산업재해치상)로 노동부의 수사를 받아왔다.

노동자 6명이 숨진 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원·하청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산업재해 사건 ‘구속수사’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사건 피의자가 주로 현장 안전책임자인 것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피의자가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다. 또한 경영계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의 구체적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때문에 법원이 중대재해법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할지 역시 큰 관심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처음으로 신청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기각’이었다. 다만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범죄 혐의도 소명”된다고 밝혀, 노동부와 검찰 입장에선 부담을 덜게 됐다. 중대산업재해라는 결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 사이의 인과관계는 중대재해법의 적용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였는데, 법원도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성산업은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일 기준으로는 다섯번째 사건이다. 노동부가 구속영장 재신청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수사중인 나머지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주목된다.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은 삼표산업이다. 골재를 채취하던 석산의 토사가 붕괴돼 3명이 매몰돼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큰 데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사의 ‘수사 비협조’로 노동부가 수사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부는 3명 이상의 인명사고에 대해선 중대재해법 이전에 산안법으로도 구속영장 신청 원칙을 두고 있어, 삼표산업 역시 산안법·중대재해법 등으로 관련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태도 역시 중대재해법 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다. 윤 당선자는 지난 2일 대선후보 초청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중대재해법도 구성요건(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보면 애매하게 돼있다”며 “이걸로 형사 기소를 했을 때 여러가지 법적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1일 중대재해법의 수정·보완을 주장해온 경제단체들을 만나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윤 당선자의 태도는 미뤄 두더라도, 중대재해법을 직접 수사하는 노동부는 수사기관이라기보다는 행정기관에 가까운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법에 소극적이라면 수사도 소극적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잇따르는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상당하고, 윤 당선자 스스로도 ‘산업재해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고려 대상이다. 윤 당선자는 티브이 토론회에서 산업재해 예방 관련 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현직 검사 시절 산재사고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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