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노조원들이 운행 중인 화물차를 향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을 두고,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파업이 아닌 ‘집단운송거부’라고 주장한다. 화물기사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이므로 화물연대를 노조로 볼 수 없고, 이들의 행동 또한 노동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이 아닌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발효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관련 기본협약(제87호·제98호)과 국내법이 충돌할 때, 법 해석에서 기본협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현직 부장판사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 원칙 이행감독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11년부터 국내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제소 사건에서 “화물기사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조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를 포함,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할 단체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며 “제87호·제98호 기본협약에 따라 누려야 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지난 4월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과 노동법의 쟁점>(연구책임자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혜영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는 “협약 해석에 있어 국제노동기구 이행감독기구(결사의 자유 위원회 등)가 가지는 해석적 권위는 온전히 존중돼야 한다”며 “국내법이 결사의 자유 관련 국제 노동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충돌한다면, 국제법(기본협약)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법으로 국내법(노조법 등)을 해석해 국제법 위반 책임을 지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리로 보면,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 대응은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애림 민주노총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은 결사의 자유 관련 기본협약이 국내에서 발효된 뒤 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첫번째 사건이 될 것”이라며 “파업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낙인찍고 파업 현장에 대규모 경찰력을 배치하고 대응 방침을 사전 공표한 것 자체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파업 참가자를 체포하는 등 기본협약에 따른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일 국제노동기구에 서한을 보내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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