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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한국노총-CJ택배대리점, 단체협약…‘사회적 합의’ 기틀 다질까

등록 2022-08-09 16:14수정 2022-08-09 16:25

노조설립뒤 1년반여 만에 첫 교섭…민주노총과는 아직 못해
한국노총 “노동자성 명백해져”…대리점연합 “노사관계 파트너”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와 씨제이대한통운 대리점연합 사이의 ‘표준단체협약 체결식’에서 김종철(왼쪽) 씨제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와 씨제이대한통운 대리점연합 사이의 ‘표준단체협약 체결식’에서 김종철(왼쪽) 씨제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가 씨제이(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민간 택배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이 체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택배산업본부)와 씨제이대한통운 대리점연합(대리점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표준단체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번 단체협약은 강원 동해의 대리점 두곳(조합원 20여명)의 노동조건과 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내용을 합의한 것에 불과하지만, 노사 모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단체협약을 계기로 그동안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노동자로 여겨지던 택배종사자의 노동자성이 명백하게 가시화되었다”고 밝혔다. 김종철 대리점연합 회장은 “이번 단체협약은 대리점연합과 택배산업본부가 실질적 노사관계의 파트너이며 중재자로서 그동안 갈등과 불신의 원인이 되었던 택배업무의 표준을 정립하고, 정착화시켜 씨제이대한통운 택배현장이 신뢰와 상생의 택배 문화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단체협약에는 조합활동, 위수탁계약, 집배송작업기준, 휴일·휴가, 안전·보건, 복지, 쟁의행위, 수수료 등에 관한 사항이 담겼다. 택배산업 표준인 주 6일 배송원칙 하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주 5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고, 집배송 작업시간은 주 60시간을 기준으로 서브터미널에서 택배상품을 인수하는 시간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했다. 관공서 휴일와 택배의 날을 휴무로 정하고, 경조사 휴가 사용 때 대체배송 비용은 대리점이 부담하기로 했다. 노조활동 보장을 위해 근로시간면제자, 노조사무실, 조합비공제 방법 등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수수료는 대리점 사정에 맞춰 결정한다는 원칙이 담겼다. 이 표준단체협약을 바탕으로 택배산업본부가 교섭대표노조인 대리점 50여곳과도 단체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서브터미널 단위 공동교섭’이다. 택배기사들은 대리점주와 계약을 맺지만, 원청 택배사가 운영하는 서브터미널에서 택배물품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한다. 택배산업본부와 대리점연합은 개별 대리점 단위로 단체교섭을 하는 대신, 서브터미널 단위로 복수의 대리점주와 택배산업본부가 공동교섭 하기로 합의했다.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서브터미널마다 대리점이 많게는 10개, 적게는 4~5개씩 있다”며 “교섭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수수료 부분인데, 해당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서브터미널이어서, 그 단위로 교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택배산업본부는 2020년 12월 ‘전국택배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노조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현재 조합원이 600여명이다.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의 본부 형태로 조직형태를 변경해 활동해왔으며,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씨제이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가 2500여명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경우, 2016년 설립됐지만 고용노동부의 설립신고증 교부 지연으로 2017년 11월에서야 ‘법내노조’가 됐다.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정부와 택배사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음에도, 아직까지 씨제이대한통운 대리점과의 단체협약은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씨제이대한통운 원청과 대리점연합이 택배노조를 대하는 태도와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택배노조는 설립신고증을 받은 이후 대리점주들에게 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리점주들이 일제히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기나긴 소송전에 들어가야 했다. 대리점주와 단체교섭이 이뤄진 이후에도 대리점연합은 공동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택배노조가 장기간 파업투쟁을 벌이고 이른바 ‘사회적 이슈’가 된 뒤에서야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이 아닌 ‘협상’을 했다. 택배노조가 65일 파업하고, 지난 2월 19일 동안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을 하면서까지 주장했던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 체결은 지난달 18일에서야 타결됐다.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노동조합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과는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대한 후속논의가 마무리 되는 대로 단체교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리점연합 쪽은 후속논의를 마무리하고 단체교섭을 시작하는 데 두달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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