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해사건이 벌어진 서울 신당역에서 9월18일 오후 시민들이 화장실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 노동자 넷 중 한 명은 직장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에 한 명 이상은 스토킹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14∼2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젠더 폭력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결과를 보면, 여성 노동자 25.8%가 직장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인 여성 노동자의 경우엔 29.5%로 그 비율이 커졌다. 고용 형태가 젠더 폭력에 끼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셈이다.
성추행·성폭력 경험이 있는 여성의 63.1%는 대응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중복응답)하거나 “회사를 그만둔”(37.8%)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거나 되레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직장에서 스토킹을 경험한 적 있는 여성 노동자도 13%에 달했다. 고용 형태가 비정규직인 여성의 경우엔 16.5%로 더 높았다. 스토킹 행위자는 주로 상급자(35.7%) 또는 비슷한 직급의 동료(28.6%)였다. 남성 노동자의 9.3%도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 사례를 보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습 기간 중인 여성 노동자 ㄱ은 퇴근 뒤 상사가 따로 연락해 사적인 고민 상담을 반복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상사한테 항의하자 상사는 “이런 식이면 같이 일 못 한다. 수습 기간 끝나면 채용을 관두자”며 협박했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신당역 사건에 많은 시민이 분노한 건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는 등 문제 해결에 역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