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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6년전 위법 판결에도…‘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압박하는 정부

등록 2022-12-01 17:24수정 2022-12-01 17:52

6년전 대법 판결로 지급금지조항 없애놓고
국토부, 업무복귀 압박 수단으로 다시 추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를 찾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영 차질 상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를 찾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영 차질 상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참가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데 이어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고, 대법원 역시 ‘파업 참가자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어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유가보조금은 화물운송에 정당한 기여를 전제로 보조하는 것인데, 집단운송거부에 보조금을 줘야 하는 근거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가능하다”며 파업참가자에 대한 화물차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유가보조금은 차량의 종류와 사용한 기름의 양에 따라 유류세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대형화물차를 운행해 한 달에 4000리터의 경유를 사용할 경우 월 70만~80만원 남짓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파업 참가자를 경제적으로 압박해 업무에 복귀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행 법령엔 파업참가자에게 유가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근거가 전혀 없다. 과거만 하더라도 국토부 장관 고시(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관리 규정)엔 ‘집단적으로 화물운송을 거부·방해하거나 이에 동조하여 국가 물류체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집단운송거부)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지만, 2016년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관련 조항은 삭제된 상태다.

당시 대법원은 2012년 화물연대 파업에 참가했던 화물기사들이 울주군수를 상대로 낸 ‘유가보조금 환수 및 6개월 지급정지 처분’ 소송에서 “유가보조금제도의 목적에 반하지 않거나 무관한 사유로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운수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며 “집단운송거부를 일률적으로 유가보조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운송사업자 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유가보조금제도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대법원 판례 취지나 현재 상황을 봐서 (지급 금지 근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도 지급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화물연대를 탄압하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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