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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직무·성과 임금체계 띄우며 ‘노조 때리기’…“노사 갈등만 키울 것”

등록 2023-01-03 06:00수정 2023-01-03 10:1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머리말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머리말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임금체계 개편 여부에 따라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차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고용노동부가 구체적인 지원방안 논의에 나섰다. 하지만 기업의 임금체계는 연공급·직무급·성과급 등이 다양하게 혼재돼 있어 지원 대상 선정 자체가 모호하고, 노사합의가 필수인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노조혐오만 부추기고 있어 노사 갈등만 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2일 노동부는 “올해 초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기업의 구체적 지원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차별화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지, 임금 체계를 개편한 민간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 지를 두고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를 근거로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의 55.2%가 연공급(호봉급·근속연수에 따라 임금 지급)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해당 조사는 사업장의 임금체계에 반영된 요소를 모두 선택하는 ‘복수응답’ 방식이어서 55.2%의 사업장이 연공급만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직무가치와 수행 능력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직능급 사업장도 각각 35.9%, 27.6%로 63.5%에 달한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 기업의 임금체계에는 연공급·직무급·성과급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돼 있어 어떠한 개편을 ‘직무·성과급’ 개편으로 인정할 지 애매할 수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행정명령 내리듯 할 수는 없고, 정부의 지원 정책효과와 노사의 수용성을 포함한 충분한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임금체계 전문가(경영학 교수) 역시 “기업의 특성에 따라 연공급 혹은 직무급이 맞을 수 있어 모든 기업이 직무급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한 민간기업에 지원하는 사례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임금체계 개편은 취업규칙 변경이나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노사합의가 필수인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반노조’ 정서를 부추기는 행보도 우려를 키운다. 윤 대통령은 연공급을 선택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강성노조와 타협한 기업’으로 단정했다. 하지만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10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유노조 사업장의 80.6%가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무노조 사업장 역시 35.9%가 호봉제를 사용하고 있어 연공급이 이른바 ‘귀족노조’의 전유물은 아니다.

노동자와 합의 없는 정부 중심의 개편 드라이브는 노사·노정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공공기관에 기관별 인센티브 지급 등을 무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다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코레일 등 일부 공공기관이 절차를 무시한 채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지만 법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서 노조의 동의를 얻었어야 한다”며 무효 판결을 한 바 있다.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공성을 완화하고 직무급을 도입한다면 청년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올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데 이런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최저임금 중심으로 임금을 하향평준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급을 도입한다면 필수적인 직무가치평가는 (기업별 교섭이 아닌) 초기업 노사교섭을 통해 진행돼야 하는데 정부는 노조 비난만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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