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2023년 사업계획을 발표한 뒤 5대 과제에 백신을 주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상반기 안에 온라인 노조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익명의 조합원들이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국내 첫 ‘온라인 노동조합’이 올해 상반기 안에 나올 전망이다.
노동전문가·변호사·노무사 등이 함께하는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6일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존 노동조합보다 문턱은 낮지만, 노동조합 밖 노동자들이 현장의 노동조건 결정·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직장인 권리 향상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조합의 형태가 필요하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온라인 노조를 출범하기 위해 당사자들과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직장갑질 문제가 불거진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신협, 축협, 농협 등 제2금융권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첫 온라인 노조 결성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각종 직장 내 괴롭힘 제보를 해온 정보통신(IT)업종과 근로계약 대신 프리랜서, 위탁계약 문제가 만연한 학원 강사 등도 한 데 모여 온라인 노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단체 쪽은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온라인 노조 논의가 불거진 배경으로 기존 오프라인 노조 가입의 번거로움 및 사용자 쪽 노조 탄압을 이유로 들었다. 이 단체가 지난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불이익을 줄까 걱정돼서’가 62.7%(중복 응답)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기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가 36.2%, ‘조합비 부담·집회 참여 등 노조 가입 문턱이 높기 때문’이 28.1%였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20년과 2021년 연속 14.2% 수준을 보인다.
온라인 노조의 경우 위원장과 사무국장·감사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라 실명을 밝히고 서류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간부 뺀 일반 조합원은 모두 익명으로 가입·활동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온라인 노조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 해결 대신 중앙회나 본부 등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맺는 등 업종별 노조 형태가 될 것”이라며 “현행법으로도 온라인 노조 출범이 가능하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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