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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가 ‘정부 지원금 회계보고’ 거부했다고? 틀렸다 [팩트체크]

등록 2023-02-22 08:00수정 2023-03-09 15:20

노동부 최근 요구 자료, 노조원 조합비 회계장부
노동부 “정부 지원금 회계자료는 매년 철저 검증”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가운데), 김은혜 홍보수석(왼쪽), 안상훈 사회수석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노조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가운데), 김은혜 홍보수석(왼쪽), 안상훈 사회수석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노조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문제를 들고나온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회계 비리 문제가 불거진 노동조합 사건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느닷없이 회계 투명성 문제를 들고나온 건 ‘상징조작’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과 거짓이 마구 뒤섞여 여론을 형성한다. 관련 쟁점을 따져본다.

정부 지원금 사용내역을 안 밝혔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노조회계자료 비치 문제와 정부 지원금 문제를 교묘히 섞어 부풀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에도 “지난 5년간 국민 혈세가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는다는 얘기로 들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까지 334개 단위노조와 연합단체에 제출하라고 한 건 노조 조합원이 낸 조합비 사용과 관련한 회계 관련 장부와 서류의 표지와 속지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1500억원은 2018∼2022년 5년간 전국의 노조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지원금액이다. 이를테면 계정이 다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은 회계년마다 노조가 회계보고서와 증빙자료를 첨부해 지원해 준 기관에 보고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 회계 관련 장부 비치 여부를 확인한 것과 정부 지원금은 별개 문제”라며 “지원금의 경우엔 매해 회계자료를 철저히 검증해 과오납이 있으면 수정을 지시하고 부당이득은 환수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회계자료 제출했나, 안 했나

노동부는 지난 16일 회계자료 등 제출 대상인 한국노총 쪽 노조 174곳 중 67곳(38.​5%), 민주노총 쪽 노조 67곳 중 16곳(23.9%)만 제대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67곳 중 민주노총을 이미 탈퇴했거나 산별노조로 전환한 6곳을 뺀 61곳이 제출 대상으로, 이 가운데 60곳이 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양쪽의 현격한 주장 차이는 관련 자료의 속지 제출 여부에서 발생한다. 노동부는 표지만 제출하라고 하면 노조가 가짜 서류 달랑 한 장 만들어 낼까봐 서류의 진실성 확보 차원에서 서류 안의 속지 가운데 한장도 사진 등으로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노조의 회계 관련 장부와 서류 비치 의무를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14조가 행정관청에 보고할 의무까지 포함한 것이 아니고, 속지까지 내는 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해 대부분 제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거나 미진한 노조에 2주간의 시정지시 기간을 준 뒤 현장 조사 등을 거쳐 과태료 처분할 계획이다. 양대 노총은 이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예고하고 있어 속지를 내지 않은 노조의 조처가 위법한지 아닌지는 사법부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사용자단체 지원금 회계는 투명?

노동계는 “정부 지원을 받는 다른 사용자단체와 종교단체 등에 대해 회계 투명성을 들여다보지 않는 정부가 노조만 적으로 돌린다”고 비판한다. 실제 양대 노총과 지역 본부, 산별노조 등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연간 지원하는 금액은 300억원가량이다. 그런데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이른바 사용자 6단체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외한 5단체에 정부가 연간 지원하는 금액은 680억여원에 달한다. 물론 정부가 이들 단체의 회비 수입지출 내역을 노조한테 하듯 요구한 적도 없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종교단체 세액공제(20%)를 훨씬 많이 해주는데, 그쪽 회계 투명성을 (15% 공제해주는) 노조만큼 들여다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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