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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주 60시간 ‘캡’ 씌운다지만…유연근로제로 주 69시간 가능

등록 2023-03-16 23:24수정 2023-03-17 02:39

윤 대통령, 근로시간 개편 재검토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조위원장(오른쪽 둘째)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주영·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 등이 함께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조위원장(오른쪽 둘째)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주영·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 등이 함께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메시지를 냄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주당 최대 69시간(주 7일 근무 땐 80.5시간) 노동을 터주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전반적인 손질에 나섰다.

그러나 1주일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제도를 손본다 하더라도, 특정 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한 유연근로시간제(유연근로제) 등을 활용한 장시간 노동과 과로 위험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 발언은 근무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포함할 경우 주 80.5시간(7일 근무 가정), 포함하지 않을 때 주 최대 64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한 개편방안에 주 최대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일종의 ‘캡’(모자)을 씌워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려면 현재 입법예고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내용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 말씀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좀더 수용 가능성이 높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의미”라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엠제트 등 청년 세대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 최대 ‘60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개편방안을 손볼 경우,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 시행 이후 활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같은 유연근로제를 더 강화하는 ‘우회로’를 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력근로제는 최대 6개월까지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유지하는 대신, 업무량이 많은 특정 주에는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선택근로제는 모든 업종에서 1개월(연구·개발 업무 3개월) 동안 주 52시간 한도 안에서, 노동자가 근무 시작 및 종료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외엔 별도 규제가 없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2018년 7월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으로 1주일 노동시간 한도가 68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자 기업들은 법 위반 가능성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유연근로제 실효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3개월 이내로 운영되던 탄력근로제는 6개월 미만까지, 선택근로제는 연구·개발 업종에 한해 1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까지 허용 기간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유연근로제가 경직돼 도입이 쉽지 않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변경’을 요구했고, 이는 정부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주요 뼈대가 됐다.

지난 6일 발표한 정부 개편방안엔 연장근로 관리단위 변경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적용 기간을 전 업종 1개월에서 3개월(연구·개발 3개월→6개월)로 넓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노사 합의 뒤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주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계속 확대 중이다.

권남표 노무사(직장갑질119)는 “이미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로 과로를 하는 상황에서 정부안이 무엇이 되든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연장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박성우 노무사도 “현행 근로기준법 체제에서도 유연근로제로 과로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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