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덜 일하겠습니다.” 회사 눈치 보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 권리를 행사할 부모들이 늘어날 수 있을까.
28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안’(추진방안)을 통한 가장 큰 변화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근로시간 단축제) 적용 대상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장시간·저임금’으로 대표되는 노동·산업 구조와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방안은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만8살)일때까지만 쓸 수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시기를 초등학교 6학년 자녀에게로 확대했다. 근로시간 단축제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한 주 15~35시간 수준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고용보험으로 줄어든 노동 시간에 대한 급여를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또 부모 1인당 최대 36개월(육아휴직 미사용 기간 포함, 기존 24개월)로 사용 기간을 늘렸다. 부모 모두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할 경우 최대 6년(육아휴직 미사용 시)까지 가능하게 된 셈이다.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는 단축 시간에 대한 급여도 하루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하루 8시간 일하던 노동자가 6시간으로 단축 노동할 경우 2시간에 대한 급여 지원(그 이상의 단축 시간은 통상임금의 80%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 부모 맞돌봄 활성화를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출산휴가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과 현재는 출산휴가만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고용보험 가입자)에게도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같은 제도 확대로 일·육아 병행 제도의 사용이 늘 수는 있지만 그 확산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근로시간 단축제는 육아휴직 기간(1년) 범위 내에서 쓸 수 있었던 데서 근로시간 단축제만 별도로 1년을 쓸 수 있도록 확대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9년 5천명 수준이었던 사용 인원이 지난해 기준 1만9천여명으로 3배 가량 늘었으나 여전히 2만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2021년 일·가정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출산휴가(44.1%), 육아 휴직(49.3%), 근로시간 단축제(44.2%)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깝다.
정부가 이번 추진방안에서 ‘근로감독 확대’, ‘전담 신고센터’ 신설 등 단속을 강조한 점도 특히 중소기업·소규모 사업장에서 만연한 이같은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진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 약자 중 다수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때 만든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의 경우 사용자 형사 처벌로 이어진 일이 거의 없는 등 ‘단속 방식의 행정’이 갖는 실효성 논란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근로시간 단축제 역시 ‘14일 이상 노력했음에도 대체 인력 채용이 안됐거나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사용자가 합법적으로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여지도 많다. 장종수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이번 대책이 그동안 반복됐지만 실효성은 없었던 근로감독 강화 방침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전사회적인 노력과 전환이 없으면 일·육아 병행이 원활할 수 없는데, 주 최대 69시간제 같은 사용자의 의지와 일감에 노동 시간을 맞추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이 나온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효과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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