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입법예고안 폐기촉구 의견서 제출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마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분쇄기에 넣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지난달 6일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관한 의견수렴을 하는 가운데 애초 이달 17일까지이던 정부의 입법예고 기한이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 기간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양대 노총은 개정안이 “휴식권 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식 제출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아직 의견 수렴 단계라 입법예고 기간이 17일로 끝난다고 말할 수 없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숙의할 시간이 필요하고 초점집단인터뷰(FGI)나 설문조사도 진행되지 않은 만큼 개정안을 일단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법예고 절차가 끝난 뒤 이뤄지는 개정안 폐기나 수정, 국회 논의 절차 등 후속 절차를 당분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양대 노총은 이날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공개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 관련 “불규칙적인 노동시간 길이와 배치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가 휴식권 보장 방안으로 제시한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연장근로시간 등을 저축한 뒤 이후 휴가로 쓰는 제도)에 대해선 “원하지 않는 시기에 사용을 강제당하며 (연장근로수당 삭감으로 인한) 임금감소에 대한 보전대책이 없다”고 반대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헌법적 기준에서 이번 개편안은 국민의 생명권·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며, 휴식권 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조속히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업무 종료와 업무 시작 사이 ‘11시간 연속휴식’은 모든 노동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입법예고안은 ‘주 64시간 이상 일할 경우’에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다. 주당 노동시간이 64시간에 이르지 않더라도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라는 게 양대 노총의 주장이다.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 도입 때 합의 대상인 근로자대표 선출의 민주성을 강화하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근로자 대표 선출 및 활동에 대한 개입·방해와 관련해 엄격한 처벌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의견서에 포함됐다.
양대노총은 그동안 자신들의 의견이 정부에 공식적으로 수렴될 기회가 없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청년과 장시간 노동자가 양대 노총에 많이 포함돼 있으니 양대 노총과 공식적인 간담회를 갖자고 요청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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