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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건설노조 압박수사, ILO 과거에도 수차례 ‘경고’ 있었다

등록 2023-05-07 17:04수정 2023-05-08 08:34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씨의 빈소가 지난 4일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씨의 빈소가 지난 4일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과 관련해 노조 지도자 또는 조합원을 구금하는 것은 시민의 자유, 노동조합 권리에 심각한 간섭이다. 노조 활동의 정상적인 발전에 해가 되는 협박과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특히 불안정하고 취약한 근로자의 경우 위협의 효과가 더 강력할 수 있다.”(2006년,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 340차 보고서)

조합원 채용과 노조 전임자 인건비를 요구한 혐의(공갈·업무방해)로 수사를 받다 노동절에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50)씨의 장례가 치러지는 가운데, 수사기관이 노사 관계를 ‘범죄 수사’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위원회)가 내놓은 과거 보고서들이 주목받는다. 2000년대 초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수사에 대한 당시 위원회의 판단이다. 양씨는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라는 메모를 남긴 채 분신했다.

위원회가 내놓은 340(2006년)·346(2007년)·353(2009년)차 보고서를 7일 보면, 국제건설목공노련은 2003년 9월부터 이어진 한국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위원회에 제소했다. 당시 정부는 건설 현장의 안전 조처 위반을 지적하며 교섭을 요구하거나 노조 활동비를 받은 혐의(공갈 등)로 각 지역 건설노조 간부를 무더기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경찰의 개입과 한국건설산업연맹(현재 건설노조) 조합원에 대한 형사 기소 및 벌금형 및 금고형 선고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괴롭힘 행위가 즉시 중단되도록 정부가 적절한 지침을 내릴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제소된 사건은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는 최근 건설노조 상황과 유사하다. 교섭 과정의 ‘불법’을 문제 삼으며 건설노조 조합원 950여명에 대한 무더기 소환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양씨도 회사와 교섭 과정에서 조합원 채용과 노조 전임비를 요구한 혐의로 수사받았다. 노조의 반발도 겹친다. 당시 건설노조는 “노조 활동을 다루는 기관이 있음에도 노조 활동을 모르는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됐다”며 “(정부와 수사기관의)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4월에도 정부의 전방위적인 건설노조 조사와 수사를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했고, 양씨 사망 사건을 추가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위원회가 주목한 것은 교섭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실업과 취업이 반복되는 데다 원하청이 얽힌 “피라미드” 고용 구조에 놓여 지역·산별 노조가 아니면 적정한 노동조건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국 건설 노동자의 처지를 수차례 짚은 뒤 “정부가 취약한 일용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설 부문의 고용 조건에 대해 자유롭고 자발적인 단체 교섭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적었다.

위원회는 또 “단체교섭 등을 통해 건설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이 범죄로 인식되고 광범위한 수사와 경찰 개입이 이뤄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노조의 활동은) 단체교섭, 산업재해 감소, 노동 조합원의 증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검찰과 경찰의 개입이 효과를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사 교섭은 노사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현장을 개선하는 방식인데 이를 지원할 방법을 찾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범죄화하는 것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극단적인 갈등을 낳는다”며 “결사의자유위원회도 이런 부분에 주목해 노조활동에 대한 범죄화가 아닌 교섭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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