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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 회계공시 안 하면 세액공제도 없다”…정부, ‘꼼수 입법’ 시동

등록 2023-06-15 17:41수정 2023-06-15 23:10

정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예고
양대노총 “노동개악 포석” 반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발표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 노동조합의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고, 응하지 않는 곳엔 조합비 세액공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 입법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을 거론한 지 6개월 만이다. 국회 입법절차를 건너뛰고 행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한 꼼수 입법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부터 40일간 노동조합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회계 공시를 조건으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부여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 구체화 △노조 결산결과 등 공표 시기와 방법 규정 신설 등이다. 정부는 8월 중 국무회의에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한 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노동조합비를 낸 조합원에 주는 세액공제 혜택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당장 상당수 조합원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조합비 회계 공시 대상은 조합원 수가 1천 명 이상인 노조 또는 산하조직이다. 이들에게 조합비를 배분받는 노조도 대상이다. 직접 대상인 조합원만 210만명, 간접 영향권에 있는 조합원까지 더하면 모두 290만명이 영향받을 수 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조합비를 낸 노동자는 기부금 처리돼, 조합비로 낸 돈의 15%를 세액공제받는다. 노조는 직전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매년 4월30일까지 노동부가 운영하는 회계 공시시스템(오는 9월 구축 예정)에 공시토록 한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엔 회계감사원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격을 구체화했다. 결산결과 공개는 회계연도 종료 뒤 2개월 이내로 못 박았다.

노동계는 이번 조처가 법률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으로 돌파하려는 건 ‘위법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행령 개정을 하려면 상위법에 ‘∼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명령’이 명시돼야 하는데,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감사결과 공표 시기 등을 구체화한 시행령 개정안의 상위법인 노조법 25·26조엔 위임 명령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모법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이 없다면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법률안 개정이 쉽지 않자 정부가 간단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률안과 달리 시행령 개정은 대통령 재가만 거치면 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임 규정이 없어도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집행명령의 성격으로 일단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법적 의견을 노동법 전문가 등 외부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 목적은 ‘지원’이 아닌 ‘협박’을 하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동조합을 회계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 개악의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취지를 거스른 시행령은 태어나선 안 된다”며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시행령 개정 시도를 중단하고 입법예고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노조회계 투명성 문제로 정부가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건 노동부가 지난 2월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 334곳에 조합비 회계 장부 표지와 내지 1장씩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조합비와 관련해 특별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데다 노동부가 요구하는 표지와 내지 1장으로 조합비 유용 등 문제를 발견해낼 수는 없다. 양대 노총은 이런 점을 들어 정부의 조합비 장부 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이는 정부의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와 같은 후속 조처로 이어졌다.

특히 정부는 조합비 회계 장부 제출 문제를 계정이 전혀 다른 ‘국고 보조금’ 문제와 연결해 쟁점화했다. 윤 대통령은 2월21일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5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대 노총 본부를 비롯해 조합비 회계장부 표지 미제출 노조에 대해 실제로 국고 보조금 사업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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