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폭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폭염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 (안전)펜스를 한번 만져보십시오. 얼마나 뜨거운지. 건설 현장에 있는 철근은 더 뜨겁습니다. 양철판으로 된 공사(장) 바닥에선 열이 올라옵니다. 노동자들은 더위하고도 싸우고, 뜨거운 철근·양철판하고도 싸워야 합니다. 폭염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지금 일사병(열탈진), 열사병으로 병원으로 많이 실려 가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26년째 철근을 운반해 자르고 묶는 일을 해 온 장석문(60)씨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연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권고하는) 오후 2시부터 5시 작업중단이 실현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35도까지 올랐으며, 전국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건설노조가 지난 1∼2일 형틀 목수, 철근, 타설 등 실외 현장에서 일하는 토목건축 노동자 3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87.1%는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도 옥외작업 중단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또는 폭염경보 발령) 노동자들을 매시간 15분씩 쉬도록 하고,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5시엔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자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있긴 하지만 현장에선 권리 행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응답자 87.1%가 폭염 상황에서도 작업 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는 이들 가운데 23.7%는 회사로부터 수용을 거부당했다. 작업 중단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건설 일 하려면 더워도 일해야 하니까’(44.8%)란 답이 가장 많았으며 ‘요구해봐야 안 되니까’(27.4%) 포기했다는 경우도 많았다.
건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폭염 대책이 무용지물인 건 옥외작업 중지 등이 법제화가 안 돼, 있으나 마나이기 때문”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에 옥외작업 중지 등 (정부가 권고하는)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7∼8월 건설현장 130여 곳에서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체감온도는 36도였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기상청이 발표한 체감온도보다 건설현장 체감온도가 평균 4도 정도 높다는 주장이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승인 자료를 보면, 지난 2016∼2021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재 사망자는 29명이었으며 그중 20명은 건설업 종사자였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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