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당시엔 블라인드 면접이라고 이름도 말 못하게 했으면서 ‘결혼은 했는지, 남자친구 있는지, 여자면서 힘쓰는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입사 이후엔 ‘결혼은 하고 입사했어야지 왜 이제 와서 결혼하냐’ 등 무례한 말을 들었습니다”(2023년 4월 직장갑질119 제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성차별적 괴롭힘 경험’을 조사해보니 여성 노동자 45.1%가 이처럼 성차별적 편견에 바탕을 둔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가씨·아줌마 등 부적절한 호칭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 2명 중 1명꼴로(55.9%) ‘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여성 직장인일 경우 60.3%가 부적절한 호칭을 들었다고 했다. 여성, 비정규직이 겪는 성차별적 괴롭힘이 만연한 일터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0일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응답자 가운데 여성은 435명이다.
사생활에 간섭하거나, 외모를 지적하는 등의 괴롭힘 또한 여성과 비정규직이 높은 비율로 경험했다. ‘연애·결혼·출산 질문 같은 사생활 간섭형 젠더 폭력’을 겪은 여성 직장인은 26.9%로 남성(13.5%)의 두 배였다. 정규직(16.5%)보다 비정규직(23.5%)에서 사생활 간섭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외모 지적을 경험했다’는 응답 또한 여성 직장인(28.7%)이 남성(10.1%)의 3배 가깝다. 또 여성 10명 중 1명꼴로(11%) 일터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는데, 이는 남성(3.4%)의 3배 이상이다. 비정규직일 경우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14.7%에 달했다.
남녀고용평등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채용, 배치 승진에서의 차별 또한 여전했다. 여성(435명) 4명 중 1명꼴로 ‘성별을 이유로 모집·채용 차별’(24.4%)과 ‘임금 등 노동조건 차별’(25.1%)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565명) 응답률은 둘 다 7.6%로 여성의 3분의1 수준이다. 또 여성 11.5%는 ‘임신·출산·육아휴직 후 불이익’을 경험한 반면 남성의 경우 3.0%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 여수진 노무사는 “하나의 극단적인 젠더 폭력이 있기까지 그 배경에는 부적절한 호칭, 구애 갑질, 여성혐오 발언 등 수많은 성차별적 괴롭힘이 있다. 규율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괴롭힘을 방치하면 성희롱이나 고용상 차별, 스토킹 등 더 큰 폐해로 이어져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직장에서의 젠더 폭력 근절은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대책 마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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