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서울고법 “골프장, 캐디에 안전·보건 보호 의무 있다” 판결

등록 2023-12-26 15:45수정 2023-12-26 19:32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련 항소심 선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캐디 배아무개(28)씨의 언니가 지난 2월15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앞두고 눈물을 닦은 휴지를 손에 꼭 쥐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캐디 배아무개(28)씨의 언니가 지난 2월15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앞두고 눈물을 닦은 휴지를 손에 꼭 쥐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경기보조원(캐디)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 및 보건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보호 조처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21일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일하던 중 상사 ㄱ씨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캐디 배아무개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선고에서 양쪽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씨가 골프장 근무 전부터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ㄱ씨가 캐디들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지위상의 우위를 이용해 적정 범위를 넘어 배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점 △배씨가 숨지기 전에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이를 ㄱ씨도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ㄱ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골프장 쪽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1억6000여만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선고했다.

배씨는 2020년 경기 파주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일하던 중 다른 캐디도 함께 쓰는 무전에서 ㄱ씨에게 “뚱뚱해서 못 뛰는 것도 아닌데 뛰라”거나 “네가 코스 다 말아먹었다”는 등의 질책을 당했다. 또 출근표와 근무수칙 등 자료를 올리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퇴출당하는 등 심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를 받던 배씨는 그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가해자와 건국대 쪽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 내용을 일부 바꿨다. “골프장 캐디는 특수형태 근로자로 사업주인 피고는 이 사건 골프장의 경기보조원이었던 망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는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제77조)는 등의 보호 조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배씨를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는 “산안법에 특고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처 책임 관련 조항이 입법된 뒤 법원이 판결에서 받아들인 최초 사례”라며 “이로써 특고 노동자에게 노무를 제공받는 사용자가 이들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방지할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박정훈 대령 “윤 격노는 사실…국방부 장관 전화 한 통에 엉망진창” 1.

[영상] 박정훈 대령 “윤 격노는 사실…국방부 장관 전화 한 통에 엉망진창”

“교단에 서는 게 부끄럽다”…‘나는 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나’ 2.

“교단에 서는 게 부끄럽다”…‘나는 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나’

“망할 것들, 권력 쥐었다고 못된 짓만”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전문] 3.

“망할 것들, 권력 쥐었다고 못된 짓만”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전문]

생일에 법정 나온 박정훈 대령…‘응원 인파’ 뒤 어머니는 몰래 눈물 4.

생일에 법정 나온 박정훈 대령…‘응원 인파’ 뒤 어머니는 몰래 눈물

이기흥 체육회장, 직무정지에도 출근…문체부 처분 정면 위반 5.

이기흥 체육회장, 직무정지에도 출근…문체부 처분 정면 위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