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 파업 내일 100일 민세원 승무지부장 인터뷰
케이티엑스(KTX)의 ‘꽃’으로만 주목받던 여승무원들 파업이 오는 8일 100일째를 맞는다.
6일 승무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용산 철도노조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민세원(34) 케이티엑스 승무지부장은 “우리를 위해서도, 다른 비정규노동자를 위해서도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린 소모품이 아닙니다. 하청노동자가 어떤 상황에서 일하는지 지난 2년 동안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또 외주업체인 관광레저로 가라고요? 정규직 운운하면서 공사가 기만하는 겁니다.”
예전엔 ‘노조=빨갱이’로 생각
지난달 19일 철도유통에서 케이티엑스 관광레저로 이적을 포기한 270여명의 여승무원들은 사실상 정리해고됐다. 그 뒤 약 한달 동안 여승무원들과 철도공사의 대화는 전혀 없는 상태다. 사태가 지지부진하게 장기화하자, 여승무원들은 한때 유니폼을 입고 바쁘게 오르내리던 서울역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두 명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고, 또다른 두명은 9일째, 11명은 5일째 단식 중이다. “대학 때 데모 한번 하지 않던 조합원들이에요. 저도 노조라면 색안경을 쓰고 봤습니다. 당해보니 알겠더라구요. 힘없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한 공권력을 보면서 분노가 무엇인지도 알았습니다.”
하청노동자로 당해보니 알아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직접고용 요구는 노사 문제라기보다 공공부문 인력운용 등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어 해법이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으면 이제라도 고쳐야죠. 왜 서비스와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여승무원만 외주업체 소속입니까. 외주업체 정규직은 비정규직이나 마찬가지예요. 무슨 일이 발생하면 철도공사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모른 척하고, 외주업체는 힘이 없다고 발뺌합니다.” 민 지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평범한 우리들을 투사로 만들지 말라”고 했다. 미래가 막막하고 고통스럽지만 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여승무원들. 민 지부장은 “조합원들도 저도 여기서 그만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다시한번 투지를 추슬렀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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