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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갈길 먼 비정규직법] ② 차별금지, 멀고 먼 여정

등록 2006-12-06 19:38수정 2006-12-12 10:36

고용형태별 월임금총액 추이
고용형태별 월임금총액 추이
정규직과 임금차별 등 2년6개월간 더 참아야


“우리도 내년부터는 차별시정을 받을 수 있나요?” 서울 구로 디지털 산업단지 안에서 핸드폰 부품을 만드는 70여명 규모의 회사를 다니는 정아무개씨(여·34)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지난달 30일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8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월급이 오르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를 가졌다. 이 회사는 정규직이 10명이고 나머지는 계약직들이다. 공장 안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은 계약직보다 약 두 배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안타깝지만 정씨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2009년 7월부터 차별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차별금지 조항을 일률 적용하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상시고용 300명 이상’ 기업과 공공부문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되 ‘100~299명 기업’은 2008년 7월부터, 100명 미만 기업은 2009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영세업체 ‘차별금지 조항’ 적용 2009년부터
모두 계약직일땐 ‘비교대상’ 없어 무용지물

정씨만이 아니다. 비정규노동자의 85.4%가 내년 7월 법 시행 뒤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차별금지의 대상이 된다. 지난해 노동부의 사업체 규모별 자료를 보면 비정규노동자 548만명 가운데 468만명(85.4%)이 100명 미만 사업장에 고용돼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 조항은 비정규관련 법안 조항 중 가장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받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아예 차별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무 전체가 ‘계약직’이거나 ‘파견·용역·도급직’인 경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ㄹ호텔 객실청소(룸메이드) 업무는 모두 용역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객실청소 노동자들은 월 100만원 정도 받고 있지만 차별 여부를 비교할 정규직이 없어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릴수밖에 없다.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지하철 청소노동자 등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차별은 비교대상 정규직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한 부서 전체를 기간제 또는 단시간근로자로 사용하면 차별금지 규정이 적용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도 “직무전체를 외주로 돌리면 ‘차별금지’ 조항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의 기준이 불분명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법안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는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얼마든지 차별이 가능해 실제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차별금지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지침서를 내년 초 만들어 일정 정도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세부적인 판단 기준은 노동위원회 판정이나 법원 판결이 축적돼야 구체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차별금지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임금체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이 이뤄지려면 지금의 연공급 임금체계가 직무중심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 8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비정규직 월 임금 총액은 116만원으로 정규직(226만원)의 51.3% 정도에 머물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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